올해 IPO 공모 3조원···2017년 대비 절반 수준 그대로
바디프랜드·홈플러스리츠 등 상장 연기에 시장 위축
한파 속 NH증권, IPO 시장 주관업무 1위 올라서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올해도 기업공개(IPO) 시장은 부진이 계속된 한 해였다. IPO 건수가 줄어든 데다 공모금액이 1조원을 넘는 대어급이 자취를 감추면서 작년에 불어닥친 IPO 한파가 계속된 모습이다. 올해 심각해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국내 IPO 시장이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내년에는 공모 규모가 조(兆) 단위를 웃도는 메가딜이 기다리고 있어 IPO 불황이 다소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에 신규상장한 종목은 70개로 작년 79개 기업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기업이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3조2618억원으로 작년(2조8198억원)에 비해 다소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6년(6조4213억원), 2017년(7조8188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쳐 여전히 IPO 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1조원 대어급 사라진 IPO시장 

IPO 시장 공모 규모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저조한 이유는 조 단위를 넘어서는 대어급 신규상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한 종목 가운데 롯데리츠나 한화시스템의 공모 규모도 4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대어급이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했다. 작년 IPO를 연기한 이유로 올해 상장이 기대됐던 현대오일뱅크,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등 예상 공모 규모가 1조원 이상되는 대형 기업들도 역시 올해 들어 증시가 계속 부진하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최근 5년 간의 IPO 시장 공모금액 현황. / 사진=시사저널e

이뿐 아니라 올해 들어 조 단위의 대형 공모로 기대를 모았던 종목들마저 상장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며 시장 위축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예상공모금액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던 이랜드리테일, 홈플러스리츠 등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했다. 또 4000억원 공모금액이 예상된 바디프랜드도 올해 상장이 무산되며 IPO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증시 하락 불안감에 따른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나빠진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대어급들의 실종과 함께 상장 기업들의 수요예측 역시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홍콩 카지노 게임사 미투젠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기대 이하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잔여 상장 일정을 취소했다. 바이오기업 천랩은 공모가 산정을 위해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60대 1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이에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해야 했다. 

◇IPO 시장 주춤할 때 NH투자증권 약진 돋보여

올해 IPO 시장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부진한 가운데 증권사의 주관 실적을 보면 NH투자증권의 약진이 돋보였다. 지난해 주관실적 4위였던 NH투자증권이 1위에 올라서면서 위축된 시장에서 ‘IPO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16건의 상장주관업무를 맡았다. 총 공모 규모만 1조1112억원에 달해 한국투자증권(7694억원), 대신증권(2812억원), KB증권(2613억원), 미래에셋대우(2468억원) 등 다른 증권사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NH투자증권은 올해의 대어급으로 불린 한화시스템(4026억원)을 비롯해 SNK(1697억원), 지누스(1692억원), 현대오토에버(1685억원) 등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이 같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올해 IPO 주관실적 순위. / 사진=시사저널e

반면 작년 IPO 시장 1위 증권사였던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부진한 성적을 냈다. 공모총액은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바디프랜드, 레인보우로보틱스, 애니원 등 상장주관업무를 맡은 기업들이 IPO를 연기하면서 실적 부진이 발생했다는 평가다. 

◇내년 SK바이오팜 등 대어급 상장 예정···시장 회복될까

업계에선 내년도 NH투자증권의 약진을 전망한다. SK바이오팜·현대카드 등 공모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대어급 종목의 상장주관업무를 맡게 되면서 내년 초반부터 IPO 시장 1위를 고수할 것이란 판단이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도 공모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CJ헬스케어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되면서 내년 NH투자증권과의 1, 2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 절차에 돌입하면서 상장을 목표로 하는 다른 기업들도 이 분위기에 다시 몰리기 시작한다면 내년 IPO 시장 한파가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이 올해 상반기까지 경기불황 영향을 받으면서 침체된 모습이었다”며 “내년에 큰 기업의 상장이 이어진다면 다시 시장이 성장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시 하반기에 상황이 나빠질 수 있어 2017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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