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동기 성적 차이 확연
현대건설, 실적 개선 뚜렷···경기 침체 속 국·내외 수주 선전
부진 늪 빠진 삼성물산···빛바랜 ‘1조 클럽’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연말 실적 결산을 앞두고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과 이영호 삼성물산(건설부문) 사장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두 최고경영자(CEO)는 각각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통’들이다. 지난해 1월 나란히 사장 자리에 올랐다.

취임 첫 해인 지난해 먼저 웃은 쪽은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하며 눈부신 성과를 달성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5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등 업계 맏형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올해 두 건설사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삼성물산은 올 초부터 실적이 곤두박질 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반면 현대건설은 꾸준히 개선세를 나타내며 1조 클럽까지 넘보고 있다. 이는 두 CEO간의 연임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실적 고루 개선···‘1조 클럽’ 재진입설 솔솔

2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현대건설의 실적은 전년 대비 고루 개선됐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2조647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12조2646억원) 대비 3.12%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68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6773억원) 대비 약 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566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9%나 증가했다.

그외 지표도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현대건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주는 전년 동기보다 11.6% 증가한 17조8443억원으로, 연간 수주 목표의 74%에 해당한다. 수주잔고 역시 지난해 말 대비 9.3% 상승한 60조9842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11.3%p 개선됐으며,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9.4% 올랐다.

업계는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던 박 사장이 이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취임한 박 사장은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전무,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부사장을 거친 재무관리 전문가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 사장이 현대건설의 내실을 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5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1조 클럽 가입에 실패하면서 건설업계 ‘맏형’ 체면을 구겼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박 사장은 올해 초 ‘그레이트 컴퍼니 현대건설’을 새로운 모토로 내걸고 국내 주택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올 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2조832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건설사 중 최고액을 달성했다. 아울러 ‘해외통’으로 불리는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올해 초부터 가세하면서 해외사업 확대에 힘을 보탰다. 현대건설은 올 초부터 지금까지 32억3215만 달러의 해외 수주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50%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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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올해 건설 경기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비교적 양호한 실적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현대건설의 ‘1조 클럽’ 재진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현대건설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한 바 있다. 현대건설이 올해 1조 클럽에 가입하려면 4분기에 3105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려야한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따냈던 굵직한 해외 수주와 주택 사업의 진행상황에 따라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매 분기 ‘어닝 쇼크’ 지난해 성과 빛 바래···이영호 사장 연임 ‘빨간불’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삼성물산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연결 기준) 23조6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23조1845억원 대비 0.5%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5421억원으로 전년 동기 8611억원 대비 37% 줄었다. 삼성물산이 실적 급감은 건설부문의 부진 때문이다. 건설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조916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8조9520억원 대비 0.4% 감소했다. 건설부문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0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6050억원 대비 33.2%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6940억원으로 26% 감소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건설부문 수장인 이영호 사장의 입지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 사장은 최치훈 전 사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1월 건설부문 수장에 올랐다. ‘재무통’으로 불린 이 사장은 체질 개선과 수익성 중심의 내실 성장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8813억원) 대비 25.3% 증가한 1조104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건설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며, 취임 1년 만에 사장으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지난해 이룬 성과들이 빛을 바래는 모습이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3분기 1조9350억원어치의 일감을 확보해 전년 동기(2조2340억원)에 비해 곳간이 13.4% 줄어들었다. 누적 기준으로도 4조3930억원에 그쳐 연간 목표치(11조7000억원)의 37.5%에 불과한 상황이다. 해외 수주도 녹록치 않다. 삼성물산의 3분기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 1조3080억원에서 올해 8450억원, 같은 기간 누적 수주액은 3조2450억원에서 1조726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해외 수주 잔고 역시 9조95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원대를 하회했다.

이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1년 3개월여가 남았지만 인사 발표가 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60세 사장 퇴진 원칙(이하 60세 룰)’ 적용 중이다. 다만 그룹 상황과 실적 등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해 왔다. 삼성물산이 매 분기마다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이 사장의 연임여부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연임되더라도 실적 반등의 과제가 남은 이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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