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해체 2년 만에 또 한번 컨트롤타워 위기 맞아···경영상 차질 우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폐지된 미래전략실 대신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 사업지원TF와 이사회까지 법적리스크로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결국 법정 구속됐다. 일명 ‘그린화 작업’을 통해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바이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과 노조 활동 방해 의혹 등으로 구속된 이들이 있었지만 이상훈 의장의 구속이 갖는 의미는 특히 크다는 게 삼성 안팎의 분석이다. 정현호 삼성전자TF팀장(사장)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진 그의 조직 내 무게감 때문이다.

삼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2017년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게 됐다. 각 계열사별 경영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사업 조율 및 분배 등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바로 그 해 삼성전자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구속된 이 의장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인사를 통해 경영지원실장이던 그에게 이사회 의장 자리를 맡겼다. 이 의장은 미래전략실과 구조조정본부를 거친 재무통이다. 향후 삼성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는데 이 의장이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모아졌는데, 그런 그가 불과 2년 만에 구속된 것이다.

이 의장을 임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는 전자계열사 컨트롤타워 ‘사업지원TF’를 신설하고 정현호 사장을 수장으로 앉혔다. 정 사장 역시 1990년대 중반 미국 하버드대에서 함께 공부하며 이재용 부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삼성 사정에 밝은 재계 인사는 “사업지원TF는 미래전략실 만큼은 아니지만, 그룹 주요 결정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로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사업지원TF 역시 2년이 지난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당 조직 소속의 김아무개 부사장과 박아무개 부사장은 지난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증거인멸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 외에도 해당 조직 인물 상당수가 삼바 사건과 관련해 수사받는 처지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사업지원TF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으로 새롭게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계획은 이처럼 2년 만에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경영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삼성은 지금 컨트롤타워 시스템을 어떻게 제고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당면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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