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엔진보다 3배 무거운 배터리···연비절감 위해 ‘고강도·경량화’ 강판 요구
포스코 ‘기가스틸’ 등 개발···현대제철, 車전문브랜드 ‘H솔루션’ 등으로 대응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기존 내연자동차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국내·외 완성차 업계서 가속되는 가운데, 철강업계도 이에 대등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 및 제품출시 등으로 분주한 모양새다.

전기차에는 배터리가 장착된다. 수소차 역시 수소와 공기 중이 산소반응을 통해 얻은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인 까닭에, 전기차의 한 갈래로 분류되기도 하며 자연히 배터리가 장착된다. 문제는 배터리의 무게다. 내연차의 엔진역할을 이 배터리가 하는 셈인데, 배터리의 무게가 내연차의 엔진보다 무겁기 때문이다.

수소차의 경우 수소탱크를 싣고 있다. 수소는 작은 충격에도 폭발력이 강하다. 사고 등에 따른 외부충격으로부터 폭발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수소탱크는 고강도 탄소섬유 재질로 제작된다. 이 수소탱크를 보호하기 위해 고강도 자동차 강판이 요구된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차들에 대응하기 위해서 차세대 자동차강판은 고강도·경량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자동차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자동차 강판 ‘기가스틸’을 개발했다.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kg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판이다. 쉽게 말해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로 10톤 이상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첨단소재다. 경쟁소재보다 강하고 가볍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도 알루미늄 대비 3.5배, 가공비는 2.1배 낮아 비용 절감에도 적합하다.

또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분리판용 스테인리스 제품 개발도 일궈냈다. 내식성이 우수한 고내식 스테인리스강을 기반으로 표면코팅 없이 전도성을 높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존에는 전도성 확보를 위해 티타늄에 카본 코팅을 하거나 STS316강에 금을 코팅한 제품들을 사용하다보니 원가가 높았다”면서 “400계 고내식 스테인리스강에 무코팅 방식으로 전도성을 높이는데 성공해 제조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차 분야에 주안점을 두고, 전기차 등의 시장확대를 통해 관련부문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한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 분야에 있어 더욱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그룹의 장기프로젝트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강판제작 및 관련 프로세스 개발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현대제철은 자동차 전문 브랜드 ‘H솔루션(H-SOLUTION)’을 내놓고 ‘2019 상하이모터쇼’에서 이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부스에는 H솔루션이 처음으로 적용된 콘셉트카 ‘H-SOLUTION EV’가 비치돼 있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당 콘셉트카는 전기차다. 차체 골격은 1.8GPa 핫스탬핑 및 1.5GPa 냉연 등 초고장력강판 적용이 극대화 됐으며, 외판은 490MPa 고강도 강판에 다양한 경량소재가 적용돼 동급 전기차 대비 9% 경량화를 달성했다.

이에 적용된 핫스탬핑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세계일류상품’으로 꼽힌 바 있는 현대제철의 강판 성형법을 일컫는다. 일반적인 스탬핑과 달리 철강을 붉게 가열해 모양을 찍어내는 기술인데, 이 같은 방법으로 스탬핑하면, 두께를 더 얇게 펼 수 있어 강판 무게를 절감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무게는 가볍지만 스탬핑과 동시에 강판을 급격히 식히는 탓에 강도는 더 강해진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소차 등의 차세대 자동차시장이 내년을 기점으로 향후 10년 간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된 해당 차량의 완충 시 주행거리가 각 업체들의 핵심경쟁력으로 선보여질 전망인데, 연비의 성능을 좌우하는 자동차강판 역시 해당 경쟁력을 키우는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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