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제도부터 인사 직급까지···공통적인 변화 키워드는 ‘간소화’와 ‘효율화’
카카오 등 혁신 기업 협업 통해 ‘젊은 이미지’ 개선 시도
급여 비용 전년 대비 6.31%↑···임원 감축, 희망 퇴직으로 이어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 사진=연합뉴스
대한한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좁게는 직원 근무 환경부터 넓게는 마일리지 제도 등 서비스까지 전면 개선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큰 변화 없이 문화를 이어오던 터라 업계선 ‘신선하다’는 평과 ‘당황스럽다’는 말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카카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모바일을 활용한 각종 콘텐츠를 검토 중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업계선 적잖이 놀랐다는 눈치다.

대한항공과 카카오는 접점이 크지 않았다. 분야가 다른 탓이기도 하지만, 두 기업의 상반된 이미지 탓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이 ‘전통, 보수적’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면 카카오는 ‘혁신, 젊음’에 부합하는 기업이다. 조원태 회장도 한진그룹이 ‘올드 패션’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국내 기업 중에서도 보수적인 집단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갑자기 변화하는 것이) 당황스럽지만 재밌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취임한 조원태 회장은 8개월여 동안 다양한 부문을 손 봤다. 지난 9월엔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목표로 운항 승무원과 접객 서비스 직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복장 자율화를 실시했다. 동시에 점심시간 탄력운영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7월엔 사내 업무 시스템을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및 협업 소프트웨어 도구 모음인 ‘G 스위트’로 전환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율적 업무 환경으로 바꾸고 있다.

마일리지 제도도 완전히 뒤바꿨다. 변경된 마일리지 제도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현금과 마일리지를 동시에 활용하는 복합 결제는 2020년 11월, 새로운 마일리지 적립 비중과 공제 제도는 2021년 4월, 신규 우수회원 제도는 2022년 1월 순이다.

변화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간소화’와 ‘효율화’다. 정기 인사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보인다. 일단 임원직급 체계가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변경됐다. 임원 숫자도 줄였다. 지난달 29일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 체제 하에서 첫 임원 인사를 단행했는데 기존 108명에 달하던 임원 숫자가 인사 후 79명으로 20%가량 감축됐다.

최근엔 ‘희망퇴직 실시 안내’란 제목의 안내문을 각 부서에 전달한 후 희망퇴직자를 신청 받고 있다. 관련 안내문에 따르면, 이번 희망퇴직은 운항승무원과 기술·연구직 및 국외근무 직원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한 15년 이상 근속한 만 50세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대한항공이 사실상 전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건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이 같은 조직 슬림화는 경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해당 분기 연결 기준 964억원의 영업익을 냈다. 얼핏 보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지만 당기순손실이 2513억원에 달한다. 반면 이자비용은 1548억원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상황이다. 높아진 급여도 당기순손실에 반영되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급여 비용은 7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1%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조원태 회장은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내년까지 국내·외 경기가 나쁠 것으로 전망돼 걱정”이라며 “비용 절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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