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운수법 새 개정안 국토위 법안 심사 돌입···타다·차차 “11인승 렌터카 사업 막지 말고 혁신과 상생 법안 마련해 달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새로운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논의 중인 가운데,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붉은 깃발법’을 막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다·차차 등 11인승 렌터카 알선 사업을 운영 중인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이번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막는 규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붉은 깃발법은 영국이 마차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최고속도를 도심 시속 3km로 제한한 법안이다. 자동차는 붉은 깃발을 꽂은 마차 뒤를 쫓아다니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1865년부터 30년간 이어진 이 법안은 결과적으로 영국 자동차산업을 독일과 미국에 뒤쳐지게 만들었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올라갔다. 박 의원은 지난 24일 “모빌리티 플랫폼사업들이 택시운송사업과 중복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제도가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고 현행법상 예외 규정을 활용해 (택시와의) 갈등이 심각하다”면서 “현행법상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여객운송 플랫폼사업 분야 규제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골자다. 특히 운전자를 알선하는 경우를 법률로 정한다. 11~15인승 차는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반납지가 공항‧항만인 경우에만 운행이 가능해지며, 자동차 임차인이 임차 후 운전이 불가능할 경우에만 대리운전 용역이 운전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타다·차차 등 11인승 운송 렌터카사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11인승 이상 승합차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사용자가 렌터카를 빌리면 기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타다 운영사인 VCNC는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VCNC는 “해당 법안은 타다 운영 방식인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전면 제한하는 내용”이라며 “혁신적인 플랫폼사업이 법과 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가면서 기존 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촉구했다.

VCNC는 또 “신설되는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한시 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데다 사업 총량, 차량 조달 방법 등을 전부 제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VCNC는 택시산업 보호 및 모빌리티산업 개정안에 렌터카를 포함한 다양한 차량 확보 방식의 허용, 3~5년까지 예측 가능한 총량 수준, 기여금의 형태와 규모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차크리에이션 측은 “개정안은 국민들의 이동선택권을 빼앗고 대한민국 차량공유 혁신 시장의 최소한의 근거마저 규제하려는 대표적인 붉은 깃발법”이라며 “여객법 시행령 제18조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를 상향 입법해 ‘타다’의 근거인 제18조 1호뿐만 아니라, ‘차차’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제18조 2호를 추가해 타다와 차차 모두 금지하려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차차는 소비자 선택권을 열어두고 시장 자율성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혁신으로 포장한 법안 심사는 당장은 관련업계의 문제일 것이다. 또 업계 전반을 다 살핀 법안이라고 포장돼 있으니, 당장은 나쁜 법안이 아니라고 볼 것”이라며 “하지만 통과되면 (혁신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현행법은 소송을 통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그대로 둬 혁신 경쟁시키는 것이 상책이고, 택시 규제만 개선시켜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차선”이라며 “(개정안) 통과 시 시장은 한정돼 타깃이 되는 곳도 한정된다. 이 자리에 해외 기업들이 가세하게 되면 국내 시장만 죽는다”고 덧붙였다.

그밖에 소규모 모빌리티기업도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올해 차량공유사업을 시작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익명을 요구하며 “김경진 의원이 발의한 여객운수법 개정안도 택시산업만 보호하려는 법안이었는데, 이번 개정안도 마찬가지”라면서 “20대 국회는 혁신 사업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스타트업 업계는 개정안 심의, 검찰 수사와는 상관없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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