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 사정 및 지침 통해 미리 피해 막는 예방적 조치들 눈길···“무분별한 기업사정은 없을듯”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조성욱 위원장 취임 후 전열을 가다듬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단순 제재 조치를 넘어 권고 및 지침 제정을 통해 기업들의 근본적 행태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조성욱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전임자인 김상조 위원장과 비교선상에 올랐다. 김 위원장 자체가 워낙 상징성 있는 인물이었던 탓에 어쩔 수 없이 스타일이 비교되곤 했다.

조 위원장 취임 초기 조용하던 공정위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지난 9월 말 한화가 납품업체의 기술 자료를 유용하고 거래를 끊은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조 위원장이 과거 한화의 사외이사로 지냈던 터라 해당 조치는 특히 더 관심을 받았다. 조 위원장의 원칙주의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와 더불어 공정위는 하도급대금을 최저 입찰가보다 낮게 정하고 부당한 특약을 설정한 신구건설에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가격을 올리기 위해 담합한 하림 등 닭 판매업체들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본격적으로 기업 사정에 들어갔다.

조 위원장 체제 후 주목받는 점은 주요 권고 및 지침 제정을 통해 기업들의 행태를 완전히 바꾸도록 하는 조치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제정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로 해석된다. 해당 지침은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함께 세일을 진행할 때 백화점이 세일로 발생한 비용 절반 이상을 부담토록 하는 내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입점업체들 같은 경우 세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봤다”며 “해당 지침은 업계에선 오랫동안 해결이 안 되던 문제인데, 이번에 공정위가 이를 해결해 줘서 놀랐다”고 전했다.

항공사에 항공권 구매 시 마일리지와 현금을 섞어 결제할 수 있도록 권고한 부분도 주요 사건이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에 이 같은 복합결제 방식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제재나 조사가 이미 문제가 발생한 이후 이뤄지는 사후적 조치라면 지침이나 권고는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예방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전형적인 원칙주의자다. 지난 6일 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강연에서 한 참석자가 기업 내부거래가 장점도 있다는 점을 설명하자, 이를 일부 인정하며 법테두리만 지킬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포인트다.

조 위원장 체제의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기업들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기업 군기잡기 식의 사정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현재 여러 상황 상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 모를까 무분별하게 기업사정을 할 곳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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