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α’ 文의장 보상안,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 모두 반발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06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희상 국회의장 ‘韓·日 기업, 양국민 자발적 성금, 화해치유재단 잔액 모아 기금화’ 제안
피해자들 “日 불법행위 인정 아니고 피해자와 사전 소통 없어” 부정적 입장
위안부 피해자 “법적 배상 아닌 화해치유재단 잔액 일본에 반환해야”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지난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피해자 인권 피해 회복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지난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피해자 인권 피해 회복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 피해자 보상 문제의 해법으로 제안한 한국·일본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두 반발했다.

문 의장 안은 일본의 강제동원에 대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인정과 사과가 전제되지 않았으며 피해자 단체와 사전 소통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들도 기금 마련 방식에서 화해와 치유재단 잔액을 쓰겠다고 한 문 의장 안에 반발했다. 이들은 이 재단의 근거가 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일본 출연금 반환을 요구했다.

문 의장은 지난 5일 도쿄 와세다대에서 특강을 통해 이 같은 안을 공식발표했다. 문 의장의 제안은 한국 대법원이 판결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일 양국 기업의 기부금 형식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대신 부담하자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남아있는 ‘화해와 치유 재단’의 잔액 60억원을 포함하자는 것이다. 한일 갈등이 경제, 군사 등으로 깊어지는 상황에서 근본 문제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의 해법을 마련한다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문 의장 제안에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두 반발하고 있다. 문 의장 제안은 피해자들과 사전 소통이 없었다는 절차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문 의장 제안이 내용 면에서 기부금 형식이기에 반인도적 불법행위 인정에 따른 배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문 의장의 제안은 기부금 형식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들에 강제동원에 대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문 의장 제안은 대법원 판결과 다르며 피해자들의 요구와도 어긋난다”며 “기부금 형식은 배상의 성격이 아니다. 기부금은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이 아니라 일본이 선의로 피해자들을 돕겠다는 차원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문 의장 제안은 일본 정부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담지 않았다. 당사자인 피해자들이 진정 원하는 이 부분을 외면했다”며 “법적으로 배상 판결을 받은 원고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문 의장은 이런 제안을 하기 전에 피해자 단체의 의견을 듣는 사전 소통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일제 강제동원 소송대리인단 이상갑 변호사는 “불법행위 인정과 이에 따른 배상이 아닌 기부금 형식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전범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 제안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 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들도 반발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기금에 '화해와 치유 재단' 잔액 60억원을 쓰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화해와 치유 재단은 박근혜 정부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합의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의 반발, 한일위안부 합의 검토 TF(태스크포스)의 보고서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1월 화해치유재단 허가를 취소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기시다 일본 외무상은 공동회견 후 일본 취재진 대상 브리핑에서 “법적입장은 (최종 해결됐다)는 과거와 아무런 변함이 없다”며 일본 정부 예산 출연에 대해 “배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인 2016년 1월 1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서 “이제까지 (일본)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 위안부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사업자가 주로 했다”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전쟁범죄 인정이 아니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이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고 전쟁범죄 인정과 법적 배상 차원이 아니라며 일본이 준 10억엔을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성희 정의기억연대 인권연대처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이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고 전쟁범죄 인정과 법적 배상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과 소통도 부족했다”며 “이에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일본 정부가 준 10억엔을 반환해야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된다. 그런데도 이 돈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쓰자는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은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에 따라 양성평등기금에 출연된 상태다.

오 처장은 “문 의장 제안은 그동안 정부의 피해자 중심주의와도 어긋난다. 문 의장은 화해치유재단 60억원을 쓰겠다는 제안을 하기 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들과 소통이 없었다”며 “이러한 모습들은 당사자인 피해자가 배제된 2015년 위안부 합의 때와 같다”고 말했다.

한편 6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문희상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문 의장의 제안에 대해 일본 기업이 비용을 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이준영 기자
lovehope@sisajournal-e.com
일반 국민 그리고 진실을 염두에 두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