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국민·우리카드, 3분기 누적순이익 일제히 증가
카드업계 “수출·수입 함께 줄어든 불황형 흑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환급액 반영 등으로 부진이 예상되던 카드업계가 예상 밖의 호실적을 거뒀지만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익을 낼수록 금융당국의 규제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이 전반적으로 3분기 순이익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올 3분기에 누적순이익 4111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영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리스·할부금융 등 다양한 신시장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를 비용절감 등의 내실 경영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 역시 3분기 누적순이익이 25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104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무려 36.4%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수수료이익이 둔화했음에도 금융 자산 및 할부 자산 확대에 따라 이자이익이 개선됐다”며 “이와 함께 마케팅비용 효율성 제고로 수수료이익 축소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도 이번 3분기 누적순이익이 9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 증가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2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8% 늘어났다. 모집 채널을 줄이고 비대면을 확보해 비용절감에 성공한 결과라는 게 우리카드 측의 설명이다.

반면 하나카드는 3분기 순이익이 162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2%로 대폭 감소한 순익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498억원에 머물러 전년 대비 37.8% 줄어들었다. 대형 카드사보다 수익원 다변화가 부족했고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은 탓이었다.

은행계 카드사 관계자들은 3분기 실적 선방이 긴축경영에 따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실질적인 수익성 확대보다는 인건비 및 마케팅비 감축을 통해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한 ‘불황형 흑자’라는 얘기다.

예상 밖의 호실적을 올렸으나 지속 가능한 흑자가 아닌 만큼 카드사들은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지출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금융당국이 실적을 토대로 카드업계를 향한 규제를 지속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미 카드업계는 10년 이상 이어진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당국에 대안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당국은 흑자를 근거로 카드사의 수익성에 문제가 없다며 수수료 인하 정책을 지속해 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10차례 이상 카드 수수료가 인하됐는데 수익성이 견조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금융당국이 규제를 지속할 명분이 될까 봐 호실적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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