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부회장 경영간담회에서 글로벌경제 불확실성 강조···철저한 대비 주문
롯데쇼핑 실적부진 나아질 기색 안보여···온라인도 지지부진
일각에서는 온라인 시장점유율 확대 위해 인수합병 전망도 솔솔···리츠 상장으로 롯데쇼핑 3조원 현금 유동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래픽=이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래픽=이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 확정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뉴롯데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롯데가 지난달 31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미래에 있을지 모를 위기를 철저히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롯데그룹 전 계열사에게 비상경영을 주문한 것이다. 매년 경영간담회에서 의례적으로 나오는 각오 정도로 치부하기엔 수위가 남다르다.

일각에서는 오랫동안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절대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롯데가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부진과 온라인시장의 거대물결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갖게됐다고 해석한다.

실제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유통부문을 담당하는 롯데쇼핑은 최근 실적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슈퍼마켓, 홈쇼핑, 영화관 등을 운영한다. 롯데그룹의 최대 계열사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8조9033억원, 영업이익 29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6% 감소했다. 아직 역성장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과거 10% 이상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던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향후 전망도 밝지는 않다. 증권업계는 3분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정도 감소한 1800억원 중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의 경우 롯데가 일본불매 운동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받았을 것으로 본다”면서 “온라인의 초저가에 맞대응하기 위한 가격정책은 매출 신장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햇다.

여기에 소비패턴이 급격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는 형국은 향후 롯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커머스의 절대강자로 부상한 쿠팡이 오프라인에 익숙해 있던 소비자들을 재빠르게 끌어모으면서, 그간 굳건한 지위로 안정적인 매출을 발생시켰던 롯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신세계의 경우 SSG닷컴을 출범시키면서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롯데의 경우 온라인 분야에서는 이름조차 거론이 안 되는 상황이다.

롯데는 지난해 롯데이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시키면서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 7곳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ON’을 선보였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온라인부분의 빠른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더욱이 신 회장이 온라인 분야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런 예상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돈을 가지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큰 차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입수합병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또 롯데리츠 상장으로 향후 롯데쇼핑의 공격적인 행보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비롯해 백화점, 마트, 아웃렛 당 10개 점포 부지를 롯데리츠에 넘기고 리츠 지분 50% 와 1조629억원 현금을 확보해 현금유동성에 숨통이 트였다. 롯데쇼핑이 올 상반기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약 1조4700억원을 합치면 당장 3조원의 현금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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