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핀칸티에리-佛 아틀란틱조선소 인수계획에 “시장생태계 우려” 표명
크루즈 ‘빅3→빅2’ 재편에 제동···“EU의 과점에 대한 시각 알 수 있어”
현대重 기업결합 승인심사 앞두고 악재 작용 우려 불거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유럽연합(EU)이 크루즈선 제작업계에서 ‘빅3’로 분류되던 두 업체의 결합에 제동을 걸었다. 반독점법 위반이 우려된다며 최소 90일에서 최대 5개월의 조사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EU가 과점에 대한 어떤 시각을 갖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심사를 앞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향해 우려를 표했다.

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EU에 따르면, 조사대상이 된 업체는 유럽 최대 조선사인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Fincantieri)다. 핀칸티에리는 지난 9월 25일 EU 인수위원회에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소(Chantiers de l' Atlantique) 인수계획을 접수했다. 이들은 독일의 메이어베르프트(Meyer Werft GmbH) 등과 더불어 크루즈선 제작의 ‘빅3’로 분류되는 조선사다.

EU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핀칸티에리와 아틀란틱조선소 간 합병에 심층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두 업체는 글로벌 크루즈 조선시장의 리더들”이라며 “크루즈 시장이 팽창하고 있지만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들의 합병이 크루즈 업계의 경쟁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조사 개시 이유를 시사했다.

인수위는 크루즈 조선업계에는 엔지니어링·디자인 등 수백여 공급·하청업체들이 집약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이로 말미암아 다른 조선소들의 거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음을 경쟁약화의 이유로 지목했다. 결국 EU의 이번 조사개시는 합병으로 인해 제기된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지를 판가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EU의 결정을 두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에서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들 두 기업은 한국과 해외 5개국으로부터 경쟁제한성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지난달 29일 카자흐스탄 정부가 최초로 ‘승인’을 내렸다. 중국·싱가포르·일본 등에서 심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EU의 경우 지난 4월부터 본 심사에 앞서 사전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달 중순께 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본 심사에서는 일반심사(1단계)와 심층심사(2단계)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6개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한 곳이라도 동의를 얻지 못하면 이들의 합병은 불발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단행한 일본과 특정업체의 과점을 경계하는 경향이 짙은 EU의 합병승인을 얻어내는 것이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핀칸티에리와 아틀란틱조선소 간 합병에 EU가 우려를 표하며 조사에 돌입한 것은 특정 업체의 과점을 경계해 온 EU의 시각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선주들이 유럽지역에 밀집해 있는 특성까지 고려했을 때 일본보다 EU가 이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결합심사에 가장 까다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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