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규모 5000호에서 1만500호로 확대 예정···소득 기준 등 완화
갭투자로 인한 전세가격 상승 위험도···“직접 공급 늘려야”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 모습/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시의 신혼부부 주거지원 확대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지역 내 신혼부부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신청 기준을 완화하고 지원 기간과 금리 혜택을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고액 자산가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자산규모 기준이 빠져있어 실제로 필요한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늘어난 자금이 부동산 갭투자로 이어져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31일 39조5282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40조원에 육박하는 이번 예산안은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예산안 발표를 통해 “청년들의 출발선에 주목했다”며 “서울시가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밝혔다.

총 12조8789억원 복지 예산 중 신혼부부 주거 지원에 사용되는 돈은 총 2조4998억원에 달한다. 최근 서울시는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신혼부부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전월세보증금을 최대 2억 원까지 저리로 융자받는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의 규모를 기존 연 5000호에서 연 1만500호로 늘릴 예정이다. 소득 기준이 기존 부부합산 8000만원에서 부부합산 1억원으로 완화되고 신혼부부 조건도 ‘결혼 5년 이내’에서 ‘결혼 7년 이내’로 확대된다.

또한 지원기간도 8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며 이자차액지원 한도도 최대 1.2%에서 3.0%로 높아진다.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3%대인 점을 고려하면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지원을 받는 부부는 작은 이자부담으로 2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통념상 부부로 볼 수 있는 ‘사실혼 부부’도 신혼부부와 동일하게 임차보증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지원 확대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우선 ‘자산규모’를 자격 조건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고액자산가들이 서울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지원자가 몰릴 경우 보유 자산이 많지 않은 시민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보다는 지원액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KB부동산 리브 온(Liiv ON)의 ‘10월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 서울지역의 평균전세가격은 3억6390만원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서울시의 신혼부부들은 임차보험금 지원 이외에도 최소 1억5000만~2억원 정도의 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완화된 기준이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늘어난 대출이 갭투자 등으로 이어지게 되면 전세가격이 상승해 오히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의 주거 안정이 악화될 수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 컨설턴트는 “주거안정을 위하는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청년 전세 지원 제도의 부작용으로 마포구, 영등포구 등의 전세가율이 상승한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전세를 위해 돈을 풀면 단기적으로 신혼부부들이 혜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실제 주택 소유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며 “결국에는 신혼부부와 청년층들이 집을 사기는 더 어려워 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기금을 동원해 임대아파트 공급을 크게 늘리거나 주택매입을 위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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