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장기불황 터널에 들어갈 상황”···민주당 “확장적 재정으로 총수요 부양하고 신산업 투자해야”

이낙연 국무총리와 무소속 손금주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와 무소속 손금주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지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자체 경제 정책인 ‘민부론’에 대한 정부의 반박 자료 작성 사과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결위 밖에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및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면 여론전에 공을 들였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 정책에 대한 기대와 확장적 재정정책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9일 국회 예결위 회의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예결위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직후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이틀째 종합정책질의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오후 3시 20분 현재 한국당은 자체 경제정책인 민부론에 대한 정부의 반박 자료 작성에 사과를 요구하며 회의를 지연시키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해 간사단 협의가 진행중이다.

다만 예결위 밖에서 한국당과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내년 예산안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를 보였다.

우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 성장을 그토록 자신했던 정권이다. 결국 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아버릴 위기다”며 “끝내 포기할 줄 모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국민은 일자리와 소득을 모두 잃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나 원내대표는 “혈세를 쏟아 부어 간신히 고용 분식에 성공했지만, 30·40대 일자리는 24개월 연속 줄었다. 가짜 일자리만 늘어나고 진짜 일자리는 씨가 마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비정규직 근로자 수 증가도 관심 사안이었다. 황규환 청년부대변인은 “오늘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748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7만여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6.4%나 차지하는 수치이며 정규직 근로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감소했다”며 “청와대가 그렇게 자랑한 일자리 증가가 질 나쁜 단기일자리, 재정투입 일자리였다는 사실이 그대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황 부대변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더욱 심해졌고, 평균 근속기간도 줄어드는 등 현장에서의 고용의 질은 총체적 난국임이 드러났다”며 “대통령은 대책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야기했지만 애당초 극히 일부 공기업만에만 해당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748만1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2055만9000명 가운데 36.4%였다. 이는 지난해 8월보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86만7000명, 비중은 3.4%포인트 늘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통계청이 발표한 비정규직 근로자 수 증가와 관련해 조사방식이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 청장은 “이번 부가조사와 작년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해 병행조사부터 기존 부가조사에 없었던 고용 예상 기간을 세분화하면서 과거 부가조사에선 포착되지 않은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가 35만∼50만명 추가로 포착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해명을 고려해도 여전히 비정규직 근로자가 수십만명이 늘었다.

민주당은 일자리 정책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에서 “청년취업 패키지 정책에 희망이 커지고 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가 도입된 지난 5개월 간 청년 구직자들은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여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는 기회를 맞았다”며 “청년내일채움공제 역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조기 마감됐다. 중소기업엔 장기 근속하는 인재가 많아지고, 청년에겐 목돈 마련의 기회가 생기는 상생정책에 대한 우리 청년들의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청년의 고용안전망은 지금보다 더 튼튼해져야 한다. 내년 청년구직활동 지원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지원대상도 늘리겠다”며 “수요가 많은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는 올해보다 각각 28.5%와 11.3% 예산을 확대 편성해 더 많은 청년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대한 평가도 갈렸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저물가에 대해 공급측 요인보다 수요측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물가안정이 더욱 중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당은 “KDI는 서민의 소비가 줄어들어 물건 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저물가 기조가 전 세계적 현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삐끗하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장기불황 터널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며 “반면 정부는 기업이 상품을 많이 내놓고 정부가 보조금을 늘려 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내린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최근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도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주요 기업들의 11월 경기전망 지수는 18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수출전망은 45개월 만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실업 후 구직기간이 3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 비율도 해마다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확장적 재정을 통해 추세적으로 하락 중인 총수요를 부양하고 미래신산업에 대한 전략적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우리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당은 영세자영업자 및 골목상권 예산, 저소득층 장학사업, 해고 강사 지원 등 취약계층 예산사업과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 대해 삭감주장을 펴고 있다”며 “내년 예산은 갈수록 커지는 대외불확실성으로부터 우리경제를 지키는 안전판이자 구조개혁 및 경제의 체질개선을 선도하기 위한 마중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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