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의원 “펀드리콜제, 은행권 전반에 확대 적용해야”
펀드리콜제 도입 10년 됐어도 사실상 ‘유명무실’
면피용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벌어지자 해당 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리콜제’ 도입에 나섰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리콜제를 전 은행권에 확대해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일각에선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 ‘펀드리콜제’ 법제화 추진…금융당국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7일 ‘손님 신뢰 회복’을 선언하고 투자상품 리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상품 리콜제란 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상품 판매 이후 불완전판매로 판단될 경우 고객에게 철회를 보장해주는 제도다.

앞서 지난 16일 우리은행 역시 고객 신뢰 회복과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체계를 실현하기 위한 ‘핀셋 혁신’ 추진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고객의 자기결정권 제고를 위한 ‘투자 숙려제도’와 금융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한 ‘고객 철회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반기는 모습이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LF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권 전반에 펀드리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파생결합상품 등은 판매 후 숙려기간을 두고 고객이 리콜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관련해서 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이걸 하겠다고 발표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모든 금융기관에 확대 적용돼서 자율적으로 발표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리콜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김 의원이 제안한 펀드리콜제 도입에 대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외에 다른 은행도 하면 좋을 것이다. 다른 금융기관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금감원과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아이디어 자체는 바람직하다”며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방안이지만 법적으로 지원한다면 금감원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리콜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 펀드리콜제, 실효성 의문···“투자자 스스로 불완전판매 증명하기 어려워”

소비자 보호 강화 및 불완전판매 방지 대책으로 펀드리콜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펀드리콜제는 불완전판매된 펀드에 대해 투자자가 요구할 경우 증권사가 펀드를 환매해주하는 제도다. 2010년부터 증권사에 자율적으로 도입됐으며 현재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등 4곳이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펀드리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해당 제도로 환매가 이뤄진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2010년부터 지금까지 리콜은 7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미스터리쇼핑 결과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한화투자증권이 모두 자발적으로 실시한 경우다. 제도의 원래 취지대로 투자자 요구에 따라 이뤄진 리콜은 사실상 ‘0건’인 셈이다.

이처럼 제도가 있음에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배경에는 투자자 스스로 불완전판매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만기 약정수익률, 금융자산수익률, 기타 위험 등 판매된 상품의 정보나 투자 전문 지식 측면에서 금융사보다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투자자 입장에선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직접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에 가입할 때 투자자는 판매사로부터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원금 손실 가능성도 안내받았다는 확인서에 자필 서명을 하게 된다”며 “서명 자체가 판매사 입장에선 완전판매에 대한 증거가 되는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가 스스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증명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투자 숙려제도와 펀드리콜제 등 이미 앞서 존재하는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불완전판매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이에 대한 판매사 제재와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대책 없이 단순히 펀드리콜제를 도입하는 것은 판매사의 면피용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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