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토요타-신일본제철 인상 합의 後 포스코도 전격 인상···“인상 불가피”
현대차그룹 수직계열화가 현대제철 협상 취약 원인···“현대·기아차, 이번엔 양보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포스코가 국내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2년 만에 인상함에 따라 관련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이는 특히 그간 충분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같은 그룹사라는 이유로 현대·기아자동차 등과의 협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현대제철에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는 국내 한 완성차업체와 톤당 2만~3만원 수준의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 가격 인상을 합의한 업체 명이 특정되지는 않았으나, 현대차 측과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는 이번 가격 인상이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현대차 역시 인상안에 합의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일본 토요타가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신일본제철로부터 구입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을 톤당 4000엔(약 4만4000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며 “협상은 각 개별 업체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지만, 통상적으로 한 업체가 인상할 경우 업계 전반에서 이에 합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포스코와 현대차 간 가격 인상도 곧 결정 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가격 인상도 2017년 4월 후 2년6개월 만의 인상”이라며 “특히 올해는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 발레사(社)의 브라질 댐 붕괴로 인한 공급 차질로 철광석 가격이 인상됐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며, 이들을 시작으로 유럽·인도·동남아 등이 순차적으로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늘리는 추세여서 시기적으로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철강사와 완성차업체들 간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이 속속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현대제철의 행보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국내의 대표적인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 등과 한 그룹사로 묶인 탓에, 그동안 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의 가격 인상에도 현대제철이 가격 인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에 최적화된 상태로 수직계열화된 그룹 특성상 같은 계열사라 할지라도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이 우위를 점하는 구조”라며 “수직계열화는 현대제철이 국내를 대표하는 철강업체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지만, 동시에 협상 면에서는 절대적인 약점으로 지목되는 부분이다”고 귀띔했다.

올 2분기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38.1% 감소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도 현대제철의 반전을 위해선 그룹 측의 대승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강판 가격 동결 정책이 판로를 다변화한 포스코보다 현대제철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조언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다소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강판 가격이 인상되는 추세 속에서 현대차와 포스코 간 협상이 인상을 하는 방향으로 종결될 경우, 현대제철과의 협상에서도 동결의 명분이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울타리 안에 있지만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모두 상장 기업으로 서로의 성적이 각각의 주주들 이익·손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현대제철도 그룹을 상대로 한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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