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4년간 2800억원 규모 지원 사업 실시
재단 기부금, 8개 카드사로부터 출연···지난해만 172억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영세 사업자를 위해 4년간 2800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영세 가맹점 카드 수수료 환급금 지급에 이은 세 번째 영세 가맹점 지원책이다. 그러나 정작 재원은 모두 카드업계 주머니에서 나오는 셈이라 카드사 손목을 비틀어 생색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영세 가맹점 등에 대한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원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은 200억원을 특별 출연해 영세 온라인사업자에게 1억원 한도에서 연 2.5% 내외 보증부대출을 4년간 240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또한 400억원 규모의 재원으로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에 NFC(근거리무선통신) 등 새로운 결제단말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2017년에 설립됐다. 카드사의 소멸 포인트 등 기부금을 재원으로 연체자, 영세 가맹점 등 신용카드 관련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재단이다. 그러나 탄생할 때부터 일종의 관제 재단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되는 일반적인 공익재단과 달리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거해 설립됐으며 주무관청은 금융위원회다. 설립 과정부터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아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카드사의 미사용 포인트를 재단에 기부하도록 법으로 못을 박으며 설립된 재단으로 정부 주도적인 성격이 강하다.

재단 출연 기업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이며 지난해 재단의 기부금 수입은 171억9759만원에 달한다.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은 기부금이 기부자의 자발적인 의사로 출연됐다고 말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선 수입으로 잡히던 소멸 포인트가 기부금으로 지출되는 셈이기 때문에 나가지 않아도 될 돈이 나가는 셈이다”라며 “자발적이라곤 하지만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사회공헌 활동이나 사회공헌 사업과는 자발성의 결이 다르며 사실상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한 공익재단”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입장에선 카드 수수료 인하와 영세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환급으로 지출만 늘어가는 형편에 꼬박꼬박 재단에 지원금을 출연하는 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로 수입을 늘리기 이전에 정부 정책에 따른 지출 발생 상황만 계속해서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의식한 듯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지원에 소요되는 재원이 당장은 비용으로 인식되지만 이들의 회생과 성장은 카드업계에도 매출과 수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시원치 않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기업이 사업을 통해 이윤을 내고 그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에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 등으로 주요 수익원을 다 깎아놓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단말기 보급과 관련해서도 업계는 불만이 많다. 이미 앞서 2015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IC단말기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들로부터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영세·중소 가맹점의 단말기 교체를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IC단말기 전환 유예 기간까지 사용된 지원금은 3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700억원이 남으면서 결국 카드사들로부터 과도한 재원을 거둬들인 셈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IC단말기에 이어 올해부터는 NFC단말기 지원까지 카드사가 떠맡게 됐다”며 “정부가 결제 관련 인프라 지원금을 카드사에 맡겨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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