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 예년보다 취업 어려워져 ‘창업’에 관심···사업 경험 부족으로 중도 포기 많아
정부 창업 프로그램 ‘창업 장려’에 쏠려···스타트업 3분의 1은 매출 0원 기록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청년창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청년창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최근 주요 대·중소기업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일정에 들어갔지만, 기업들의 경력직·신입 수시 채용 선호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취업준비생들이 발을 디딜 틈은 예년보다 더욱 좁아들었다.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청년창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좁아진 채용문 탓에 취준생들은 아예 창업 준비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학생들이 구직만 선호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대학생들의 사업 경험 및 창업 의지 부족으로 오히려 창업이 취업용 스펙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학생창업자 크게 증가···창업이 ‘취업 스펙’으로 전락

중소기업부 창업진흥원과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이 2018년 대학정보공시 대상 418곳(전문대학교 포함)의 대학 창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7년 기준 학생창업자는 1684명으로 전년(1328명) 대비 2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생창업기업도 26.2%(1503개) 늘어났다.

하지만 학교나 정부가 지원해주는 창업 멘토링과 창업 교육 프로그램이 주로 ‘창업 장려’에만 쏠려 있어 학생들에게 ‘창업 시늉’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와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창업 형태를 갖추도록 지원해주는 데 국한돼 있고, 실제 창업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실제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대학알리미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18년 1월~12월) 대학생이 등록한 스타트업 중 3분의 1이 기록한 매출은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유아무개씨(26)는 “정부의 도움을 받고자 창업 지원 사업에 여러번 지원했다”며 “정부가 마련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부분 자리만 채울 뿐 제대로 교육에 참가하는 분들은 없다. 지원금을 받는 게 거의 전부”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창업지원단의 관계자는 “학생창업가들이 냉혹한 창업시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발을 들이다 보니 창업에 대한 열정이 금방 식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창업 환경이 좋아지면서 도전하는 예비창업가는 많지만, 취업을 위한 스펙용으로 창업을 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양적 투자는 OECD 국가 중 4위인데···질적 효과는 미미

창업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OECD가 지난 2018년 10월 발표한 ‘엔터프레뉴어십 앳 어 글랜스 하이라이츠2018(Entrepreneurship at a Glance Highlights 2018)’ 보고서를 보면,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지수는 242.2로 룩셈부르크. 폴란드, 미국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정부도 창업자금 지원부터 각종 교육과 멘토링 제공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우선 벤처·창업 지원 사업 예산을 올해 3조7000억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조5000억원으로 늘리고, 모태펀드에만 올해보다 7600억원 많은 총 1조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정부 출자금에 민간자금 1조1000억원과 재정 회수자금 4000억원을 합쳐 총 2조5000억원의 모험자금이 시장에 공급된다.

정부 출자금 1000억원과 산업은행이 출자한 3000억원을 합쳐 혁신모험펀드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3조2000억원 규모의 스케일업 펀드도 조성할 방침이다. 시스템반도체 등 혁신 분야 창업 기업에 대한 융자 규모도 2조6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000억원 늘린다. 국내 17개 창업사관학교 중 1곳을 글로벌 특화형 창업사관학교로 개편하고, 스타트업 친화 지역으로 꼽히는 북유럽에 ‘코리아 스타트업 센터’를 2곳 더 신설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창업 지원에도 질적 성과는 미비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실제 창업 3~7년 차는 창업가들 사이에서 ‘죽음의 계곡’이라고 불릴 만큼 힘든 시기로 거론되는데, 정부 창업 예산 중 상당수가 예비·초기 창업 단계에 집중돼 있고 정부가 마련한 프로그램·강좌도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게 창업가들의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생존율 현황’에 따르면, 창업기업 수는 2013년 7만5574개에서 2017년 9만8330개로 지난 5년간 연 평균 6.8%가 증가했다. 반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차 생존율은 28.5%(2016년 기준)로 조사됐다. 10곳 중 7곳이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청년 사업가 강아무개씨(28)는 “청년을 타깃으로 하는 정책은 많은데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만한 프로그램은 없다”며 “3년을 넘기는 게 고비라고 불릴 만큼 창업가들에게 3년째는 중요하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창업한 지 3년 이상 된 창업가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천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박사는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교육과정을 전반적으로 개편해 학생들의 창의성 배양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교육 현장에 넘치도록 교육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창업 지원 정책에서 창업교육 강화와 이를 위한 사회적인 기반 구축도 중요하지만, 사업화를 추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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