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4주년 맞아…넥슨의 대표적 캐시카우로 자리매김

자료=넥슨
자료=넥슨

넥슨은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게임사다. ‘바람의나라’, ‘메이플 스토리’ 등 다수의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신규 게임 흥행 실패로 위기를 겪고 있다. 다만 위기 속에서도 넥슨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실적 면에 있어 어느정도 선방했다. 넥슨의 대표 IP 중 하나인 ‘던전앤파이터’가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던전앤파이터, 2D 도트 그래픽으로 흥행 돌풍 일으켜

2005년 8월 상당히 이색적인 게임 하나가 출시된다. 바로 ‘던전앤파이터(던파)’다. 당시에는 3D 그래픽을 활용한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던파는 당시 인기를 끌던 게임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게임이었다. 2D 도트 그래픽과 횡스크롤 진행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던파가 출시된 초창기에는 어느 누구도 던파의 흥행을 장담하지 못했다. 높은 수준의 3D 그래픽으로 무장한 온라인 RPG 사이에서 던파의 위상은 그리 높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던파는 과거 오락실에서 즐기던 아케이드 게임의 조작 방식을 온라인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액션 쾌감’이라는 게임 모토에 맞춰, 극한의 손맛을 유저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당시 대다수 게임들은 특별한 조작 없이 마우스와 키보드의 특정 키만 사용하면 사냥을 할 수 있었다.

반면 던파는 키보드의 여러 단축키와 방향키를 통해, 과거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각종 콤보 액션을 선보였다. 이에 같은 캐릭터를 가지고도 컨트롤에 따라, 극과극의 결과가 나타나곤 했다.

결국 이러한 손맛으로 인해 던파는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출시 후 1년만에 회원 수 100만명, 동시접속자 수 5만명을 기록한 던파는 2007년엔 누적회원 500만명, 동시접속자 수 15만명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게 된다.

2008년 중국에 진출한 던파는 서비스 한 달 만에 중국 온라인게임 1위에 올랐다. 2009년 말에는 동시접속자 수 22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는 전 세계 6억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초대형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2008년 당시 넥슨은 던파 개발사인 네오플을 3800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하게 된다. 넥슨의 네오플 인수는 지금도 ‘신의 한수’로 꼽히고 있다. 던파는 현재 넥슨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넥슨이 계속되는 신작 흥행 실패에도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은 던파가 뒤에서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네오플은 지난해 1조3055억원의 매출과 1조215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93%에 달한다. 네오플의 영업이익은 넥슨의 영업이익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넥슨은 약 2조5296억원(2537억엔)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약 9806억원(984억엔)을 기록했다. 네오플이 넥슨에서 나오는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던파, 다양한 IP로 확장…의존도는 낮춰야

던파는 그 인기를 증명하듯 다양한 형태로 IP 확장이 이뤄졌다. 각종 캐릭터 상품을 비롯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아울러 매년 하반기 열리는 던파의 오프라인 이벤트 ‘던파 페스티벌’은 넥슨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넥슨은 지난해 열린 던파 페스티벌에서 던파 IP 관련 신규 게임 2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게임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프로젝트 BBQ’로, 던파 모바일의 경우 던파 IP를 기반으로 현재 2D 액션 RPG로 개발 중이다. 프로젝트 BBQ는 네오플 액션스튜디오에서 개발중인 게임으로 3D 액션 RPG라는 점과 언리얼 엔진4로 제작중에 있으며 PC 플랫폼으로 출시된다는 정보만 공개됐다. 

다만 앞서 출시됐던 던파 IP를 활용한 3D 모바일게임 ‘던전앤파이터:혼’이 흥행 실패 후 서비스를 종료한 만큼, 섣부른 흥행 예측은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던파는 지금의 넥슨을 만들어 준 게임이다. 특히 중국에서 국민게임으로 불릴 만큼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던파의 중국 내 배급을 받은 텐센트는 매년 1조원 가량의 로열티를 넥슨에게 지급하고 있다. 

다만 던파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넥슨이 향후 해결해야 될 과제다. 물론 넥슨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중 매년 가장 많은 신작을 출시하는 곳이다. 아울러 장르적 다변화에 있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출시하는 게임 숫자에 비해 흥행 성적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던파로 돈을 벌어 신규 게임에 투자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최근 넥슨이 매각 불발 이후, 조직 개편에 나선 것 역시 매출원 다각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과거 던파를 개발했던 네오플의 창업주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영입설도 제기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에게 ‘리니지’가 있다면, 넥슨에게는 던전앤파이터가 있다”며 “던파는 계속되는 신작 흥행 실패에도 넥슨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던파는 올해로 14주년을 맞은 게임”이라며 “언제까지 그 인기가 계속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넥슨도 ‘포스트 던파’를 찾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