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8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사안 중대성 등 따지면 출석해 답변 내놓는 게 득 될 수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사건 특별조사위원회 앞에서 양순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 상임위원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사건 특별조사위원회 앞에서 양순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 상임위원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의 주요 CEO(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에 따라 증인 출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이들이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가습기살균제참사와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자 CEO들을 대거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청문회는 오는 27~28일 열리며, 가습기 살균제 개발 경위 및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들 CEO들이 과연 증인으로 출석할지 여부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 특별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국정감사 증인 채택 전례 등을 보면 기업인들의 경우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참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유서를 제출하고, 충분한 불참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참석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요즘은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등 대외 악재가 있어 기업인들이 바쁜 시기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경우 일본의 불화수소 수입 문제 등으로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상황을 주시하며 바쁘게 움직이며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 등을 비춰볼 때 이번엔 CEO들이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기업의 이윤 추구 행위가 소비자 피해로 직접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CEO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명분이 충분했다”며 “출석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여파 등을 고려하면 직접 나와서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감 증인의 경우 정치권에서 무분별하게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망신 주기 논란 등을 빚곤 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안은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까진 CEO들에게 직접적인 책임 추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다는 점도 증인 출석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다. 이미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거듭 기각된 바 있다. SK케미칼의 윗선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도 기소를 면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그 윗선의 경우 더 직접적인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럴 경우 차라리 정면돌파를 선택해 상황을 직접 설명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무리하게 빠질 경우 출석하는 것보다 더 난감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때로는 짧고 굵게 출석해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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