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11개 소재·부품 분야 공공연구기관 등과 간담회
핵심기술 조기 확보·경쟁력 제고 등 산업기술 R&D 제도 개선 방안 발표

정부가 소재‧부품 분야의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제도 개선에 팔을 걷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소재‧부품 분야에 대한 무역규제에 시동을 걸면서 해당 분야의 자립성‧경쟁력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소재‧부품분야 11개 주요 공공연구기관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산업기술진흥원 등 3개 R&D 전담기관과 간담회를 갖고 소재‧부품 분야 연구현황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이 자리에서 ▲수요-공급기업 협력 기술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정책 지정 등을 통한 신속한 사업추진 방식 도입 ▲경쟁형 R&D‧복수지원 R&D 형태의 연구개발 방식으로 연구방식 유연화 ▲도전적 연구개발 장려‧행정 부담 완화 등을 주 골자로 한 산업기술 R&D 제도 개선 내용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된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된 R&D 규정(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운영요령, 산업기술혁신사업 사업비 산정, 관리 및 사용, 정산에 관한 요령, 산업기술혁신사업 기술개발평가관리지침)을 즉시 개정·고시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천규 환경부 차관·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성 장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최종구 금융위원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지난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천규 환경부 차관·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성 장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대기업 수요기업 참여 시 중소기업 수준 출연금 지원‧현금부담

산업부가 발표한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모델’은 대기업이 수요기업으로 정부 R&D 참여 시 장애로 작용했던 출연금, 민간부담현금 제도 등을 개선했다. 수요기업이란 개발 제품, 기술에 대한 구매‧실시 등을 희망해 개발 과정에서 R&D 결과물의 성능 평가‧검증 역할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향후 대기업이 수요기업을 참여할 경우 중소기업 수준의 출연금 지원, 현금부담 등을 하면 되고, 수요기업이 희망할 경우 정부 출연금 없이도 사업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수요기업에 출연금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총 10억원이 필요한 R&D 과제에 대기업이 수요 기업으로 참여할 경우 대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3억3000만원(현금 1억3000만원)으로 일반적인 경우(6억7000만원, 현금 4억)보다 낮게 개선된다.

또한 수요기업이 공급기업과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는 과제는 우선 지원(가점부여)하고, 공동 개발한 소재‧부품을 수요 대기업이 구매하면 기술료 감면, 후속과제 우대가점 등 혜택도 부여된다.

◇‘정책지정’ 방식 적극 활용‧대외 비공개 방안 등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 지원

산업부는 신속한 사업 추진 방식을 도입하고, 외부기술 도입을 장려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를 통해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국가적으로 기술개발 추진이 시급하거나 연구개발 과제를 대외에 비공개할 필요가 있는 경우 정부가 전략적으로 연구개발 수행기관을 미리 지정해 추진하는 ‘정책지정’ 방식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정책지정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지정 추진 요건, 연구개발 과제, 연구수행자 확정‧평가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감사원과 지속적으로 ‘적극행정 면책제도’ 적용에 대해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더불어 정책지정 과제를 국가과학정보시스템(NTIS)에서 비공개 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했고, 국내·외의 앞선 기술을 도입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총사업비의 50%(국내 기술 도입 시 3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50%이상의 비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중복과제 방식 도입‧연구개발 방식 유연성 강화

산업부는 하나의 과제에 대해 복수의 수행기관이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중복과제 방식을 도입하고, 기술‧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과제 심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유사‧중복 잣대 적용을 지양하도록 평가위원회에 평가 지침을 마련해 적용하도록 했다.

또한 신속하고 유연한 R&D 추진을 위해 주관기관을 먼저 선정하고 추후에 참여기업을 선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출연금의 10% 범위 내에서 예비비 성격의 사업비 편성을 허용키로 했다.

기술‧환경 변화에 따른 목표조정이 필요한 경우 수행기관 요청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목표조정이 필요한 경우 전담기관, 평가위원 등의 주도로 검토했고, 수행기관에서 요청하는 절차는 없었다.

◇목표 달성 실패해도 ‘성실수행’ 인정되는 경우 참여제한 제외

기술개발 연구자들의 부담도 경감해 소재‧부품 등 분야 R&D를 장려하는 방안도 내놨다.

산업부는 도전적인 R&D를 활성화하기 위해 향후 목표 달성에 실패해도 ‘성실수행’으로 인정되는 경우 연구개발 참여제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R&D 최종평가 등급이 ‘성실수행’이라도 2회 이상 실패가 누적될 경우 3년 동안 정부 R&D 과제에 지원할 수 없었다.

매년 관행적으로 실시했던 연차 평가 성격의 연구발표회도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침이다. 다만 연구목표가 변경되거나 컨설팅 등 연구 수행기관의 필요에 의해 검토 요청이 있을 시에만 별도 위원회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8월 5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의 후속조치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R&D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에는 이번 산업기술 R&D 제도 개선 사항을 포함해 핵심 소재의 자립역량 확보를 위한 R&D 투자전략과 R&D 프로세스 혁신 등을 담길 것으로 비이고, 정부는 8월말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일 무역마찰로 기업들의 일본산 소재 수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상공회의소에 차려진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센터에서 지난 5일 직원들이 관련법 등 자료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무역마찰로 기업들의 일본산 소재 수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상공회의소에 차려진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센터에서 지난 5일 직원들이 관련법 등 자료를 살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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