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쿄올림픽서 8K 방송 시연···시장 급성장 전망
LG전자, 이르면 올 4분기 8K OLED TV 日 출시···韓日 갈등 장기화 시 마케팅 차질 우려

LG전자 88인치 8K OLED TV /사진=LG전자
LG전자 88인치 8K OLED TV /사진=LG전자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내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8K TV 시장이 성장할 전망이다. 8K 마케팅을 앞세워 일본 OLED TV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던 LG전자가 고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 간 갈등이 강대강 국면에 들어서면서 현지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TCL, 화웨이,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 중심 8K TV 제품이 대거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이에 업계는 내년을 기점으로 8K TV 시장도 본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세계 8K TV 판매량이 올해 31만대 규모에서 내년 143만대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8K TV 시장은 오는 2022년에는 500만대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은 시장 주도권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8K TV 시장은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샤프, 소니, LG전자 등이 주도한다. 지난 2017년 샤프가 70인치 8K LCD TV를 출시한 데 이어 삼성전자는 올해 8K QLED TV 제품군을 크기별로 5종까지 늘리며 8K TV 시장 선점에 나섰다. 여기에 일본 소니와 LG전자가 가세하면서 8K TV 시장 경쟁은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업계는 내년 일본 TV 시장이 8K TV 마케팅 격전지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세계 최초로 8K 화질로 생중계되면서, TV 제조사 입장에서 도쿄올림픽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호재인 동시에 8K TV 홍보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기회다. TV 업계 관계자는 “내년 도쿄올림픽이 8K TV가 주목받는 시점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며 “대다수 TV 제조사들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8K TV를 들고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8K TV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다. 특히 LCD TV와 차별되는 OLED TV의 강점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6월 88인치 8K OLED TV를 국내 출시한 데 이어, 3분기 북미, 유럽 등에 확대 출시한다. 업계선 LG전자가 이르면 올 4분기에 8K OLED TV를 일본에서 선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는 약 2년 전부터 일본 시장에 LG 시그니처 TV를 내놓으며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꾸준히 보폭을 넓혀왔다. 

다만 일각에선 한일 갈등이 내년 도쿄올림픽까지 지속될 경우, 국내 제조사들의 현지 마케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국내 업계는 일본 수출 통제 조치가 내년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질 것으로 짐작하는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이후로 일본산 부품 재고 3개월분을 빠르게 확보한 상황”이라며 “최소 도쿄올림픽까지 수출 통제 조치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일 홍남기 부총리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로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일 갈등이 확산되면서 LG전자가 일본 TV 시장 공략에 다소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안 그래도 일본 TV 시장은 현지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지배적이다. 좀처럼 수익성을 내지 못한 삼성전자도 약 3년전 일본 TV 시장에서 발을 뺐으며, 당분간 일본에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 없는 상태다. 

'갈라파고스'로 불릴만큼 내수 업체 세력이 강한 일본 TV 시장에서 꾸준히 발을 넓히며 그나마 선방하던 LG전자에게 한·일 무역갈등은 악재다. LG전자는 약 2년 전 일본에서 시그니처 OLED TV 판매를 시작으로, 올해 세탁기와 냉장고 제품군을 추가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OLED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12.3%로 소니(44%), 파나소닉(34.5%)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일본 8K TV 사업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사안에 대한 예단이 어려워 마케팅 전략을 선회하기에 앞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는 사업 전략상 시차가 다소 있긴 하지만,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LG전자도 8K TV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 준비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라며 “일본 수출 규제가 TV 사업에 직접적으로 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TV 수요가 떨어져 시장 전망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은 TV 제조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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