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가점 높은 실수요자 울려버린 '예비당첨자 500% 확대' 방안
  • 노경은 기자(nic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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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자수 공급세대수 600% 미만일 경우, 가점제 아닌 추첨으로 당첨자 결정
가점 낮은 이가 예비당첨 순번 1등, 가점 높은 사람이 예비당첨 500등 되는 ‘복불복’ 현실로
실수요자 공급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지만 청약통장만 들고 온 줍줍족 여전할 듯
서울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 견본주택 / 사진=롯데건설
서울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 견본주택 / 사진=롯데건설

 

 

#장기간 청약통장을 보유하다가 최근 서울의 한 인기 분양사업장에 청약접수를 한 A씨. 접수한 분양 타입에는 청약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게 몰려 당첨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첨자 가점 커트라인보다 자신의 가점이 소폭 낮아 아깝게 탈락했다. 추가로 당첨될 것을 기대했지만 해당 타입에는 청약수요가 공급세대수의 600%에 미달된 만큼 예비당첨자 선정은 가점 순이 아닌 추첨으로 진행된다는 금융결제원의 설명을 듣고 낙담했다. 예비당첨자 확대 안이 신규주택을 가점 높은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하기 위해 도입됐다지만 허점에 대한 보완책이 없는 것이다. A씨는 가점 높은 실수요자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약에 도전한 일부 실수요자들이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도입한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 500% 확대 방안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예비당첨자까지 거쳐도 남은 미계약분이 청약통장 없는 현금부자들에게 ‘줍줍’으로 공급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예비당첨자 수를 기존 80%에서 500%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청약수요가 적게 몰린 사업장에서는 아쉽게 탈락한 가점 높은 이들의 당첨기회를 뺏는 셈이 돼버렸다. 반면 이전의 줍줍족이 가점낮은 청약통장만 들고 당첨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기리에 분양을 마감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전용84A와 176TB 등 일부 타입 1순위 당해지역에서는 청약자수가 모집인원의 600%에 미달됐다. 다시 말해 84㎡A는 260명 모집에 1349명이 접수하며 5.19대 1, 176㎡TB는 2명 모집에 10명이 접수하면서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함에 따라, 당첨자수 100%+예비당첨자수 500%=총 600%까지 확보해야 하는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두 타입의 경우 1순위 기타지역 거주자 대상의 청약까지 진행했다.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계약 물량이 생기면 예비당첨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통상 이 경우 예비당첨자 가운데 가점이 높은 순서대로 청약의 기회가 돌아간다. 그러나 위에서 사례로 제시한 두 타입은 가점순이 아닌 무작위 추첨방법으로 당첨자를 뽑게 된다. 주택공급 규착에 관한 제 26조 3항 ‘예비당첨자 수가 예비당첨자 총수(500%)에 미달되는 경우, 추첨의 방법으로 입주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결국 당첨 커트라인보다 1점 낮아 아쉽게 청약에서 탈락한 이가 예비당첨 순위 400등이 되고, 가점이 20점 낮은 사람이 당첨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높은 가점 준비해온 실수요자에게는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예비당첨자수를 늘린다는 국토부의 계획과는 달리 피해자가 나오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반면 가점이 낮은 투자자에게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실제 한 부동산 투자 카페에서는 ‘청약가점이 낮은 경우 청약수요가 적게 몰리는 타입으로 청약하라. 청약고점인 사람과 동일선상에서 복불복으로 당첨자를 결정하는 만큼 당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청약 전략을 소개하기도 한다. 현금부자인 줍줍족이 가점 낮은 청약통장만 갖고 청약시장에 진입해도 당첨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는 셈이다.   

자신을 해당 사업장 84A 타입에 청약했다가 아쉽게 탈락했다고 소개한 한 청약자는 “변경된 제도로 피해를 입는 실수요자가 생겼다. 예전처럼 예비당첨자 수가 80%에 그쳤다면, 그동안 성실하게 가점을 높여가며 청약을 성실하게 준비했는데 아쉽게 탈락한 가점높은 청약자가 가점 낮은 이들과 동일선상에서 당첨을 복불복으로 선택받길 기다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은 기자
금융투자부
노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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