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 각각 롯데첨단소재·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흡수작업 착수
화학적 결합 바탕 불안정한 대외변수 대비 및 독창적 경쟁력 갖추기 포석 해석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자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모습이다. 관련 산업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규모의 경제’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나눠졌던 사업구조를 한 울타리 안에 둠으로써 시너지까지 누리겠다는 심산이다.

3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전일 롯데케미칼은 삼성SDI가 보유하던 롯데첨단소재 지분 전량(10%)을 2795억원에 매입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2016년 삼성그룹과 ‘화학빅딜’을 단행했다.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 화학산업부문을 인수해 각각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첨단소재’를 출범시켰는데, 당시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측으로부터 롯데첨단소재 지분 90%만을 인수했다.

이번 매입을 통해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이번 지분매입을 두고 업체 측은 “지배력 강화”라고 짧게 소개했으나 업계는 양사의 합병을 위한 수순으로 보는 분위기다.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사장)를 맡고 있는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이 “롯데첨단소재에 대한 합병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뒤 이뤄진 지분거래였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는 화학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에 에탄분해시설(ECC)과 에틸렌글리콜(EG) 생산공장 투자를 단행하고 인도네시아 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GS그룹과의 합작을 통해 비스페놀A(BPA) 생산라인 구축을 예고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의 합병은 석유화학산업의 수직계열화 및 경쟁력 재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화케미칼도 움직였다. 100%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할 계획이다. 다만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만큼, 국내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화 한 뒤 이를 한화케미칼과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사업부문을 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존속법인은 ‘한화글로벌에셋(가칭)’으로 사명을 교체하게 된다.

업체 측은 “한화케미칼의 원료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가공기술 융합으로 핵심 성장전략 중 하나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고부가 소재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수 있게 됐다”며 “원료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핵심 소재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의의를 전했다.

업계는 이 같은 자회사 흡수 움직임을 두고 석유화학산업의 대외환경을 이유로 꼽았다. 업황 특성 상 국제정세에 따라 유가 및 수요 등이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최근 유독 이 같은 사례들이 잦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거기에 업황 자체가 다운사이클 국면에 접어들며 각 업체별로 독자적 경쟁력을 펼치기 위한 방안으로 ‘규모의 경제’에 기대게 됐다는 것이다.

한화케미칼 측도 비슷한 이유로 이번 합병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진입이 용이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기술적 진입장벽은 높지만 산업사이클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다”며 “더불어 규모에서 품질 경쟁으로 변화하는 태양광 사업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시사했다.

이어 “이번 통합으로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유기적 교류와 융·복합 기수개발을 통해 품질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국제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 특성상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응 등이 중요한데, 기업 차원의 통합전략 실행이 가능하고 협상력 강화, 원가절감, 시장공동대응 등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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