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에서 공감대 형성···지배력 전이·독행 기업 논란은 분분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동통신 3사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사진=변소인 기자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동통신 3사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의 결합은 숙명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케이블TV 산업경쟁력이 약화하고 이통사의 포화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종 간 결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방송의 공공성·지역성을 유지하고 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하는 제도 보완은 필수라다는 의견이 나왔다.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동통신 3사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재영 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컴캐스트가 NBC를 인수한 이후 케이블TV 인수·합병은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최근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 확산에 따라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IPTV 성장 영향이 컸고, 반면 케이블TV는 현재 가입자 수가 1400만 이하로 떨어졌고 가입자가 지난 2017년부터 IPTV에 뒤처진 상황이며 매출액 기준으로는 이미 2016년도부터 IPTV에 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황 교수는 “OTT는 개방적인 망을 사용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 유료방송은 수직적 프레임워크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며 “이번 자발적인 인수‧합병으로 유료방송과 인접 시장 영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방송시장 자체를 고립된 시장으로 협소하게 판단했다. 지금은 경쟁적인 관점에서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케이블TV의 생존을 위해서도 인수‧합병은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송시강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이통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한 다음에 가입자를 다 빼앗아서 말려 죽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그렇다고 기업 결합을 금지한다고 해서 케이블TV의 생존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케이블TV와 IPTV 규제가 매우 유사해서 오히려 대체 가능성을 높여줬다고 주장했다. 양 플랫폼이 독자적으로 발전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송 교수는 제안했다. 이어 “통신·케이블TV 결합 상품은 혁신적인 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변화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심각하게 우려가 되는 것만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가장 논쟁이 치열했던 쟁점은 2가지였다. 하나는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으로 인한 시장 지배력 강화 및 전이, 다른 하나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합병 시 알뜰폰인 헬로모바일 인수에 따른 영향이었다.

정광재 KISDI 통신전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티브로드는 초고속인터넷 점유율 4위이자 유선전화 점유율 7위에 불과해 통신시장에 있어 경쟁과 이용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티브로드 유료방송을 포함한 새로운 결합 상품 출시로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초고속 인터넷과 유료방송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LG유플러스는 비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CJ헬로 인수 후에도 점유율이 위협적이지는 않다. 경쟁 활성화라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면 LG유플러스가 헬로모바일도 함께 인수하면서 자회사 영향력이 확대돼 이통 3사에 대한 알뜰폰의 견제 기능이 약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케이블TV의 서비스 품질을 조속히 향상시켜 케이블TV 고객들이 고품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케이블TV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콘텐츠산업에서의 상생도 꾀하겠다”며 “3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자발적인 변화가 국내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CRO CR정책담당 상무는 “인수 후에도 CJ헬로의 별도 운영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서 다양성·지역성 등 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근무 여건 등 협력 업체와도 기존 관계를 존중해서 상생할 것”이라며 “LG유플러스가 40여 만 가입자를 갖고 있는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위해 70여 만 가입자를 갖고 있는 헬로모바일의 가입자를 저버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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