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용' '독점 콘텐츠 금지' '각종 규제' 등이 발목 잡을 공산 커
넷플릭스 공세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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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WAVVE)’가 출범한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힘을 합쳐 내놓는 플랫폼인 만큼 업계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제작비용, 독점 콘텐츠 이슈,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넷플릭스 대항마로 거듭나기까지는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과 SK텔레콤의 OTT서비스 ‘옥수수’를 통합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푹과 옥수수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지상파 방송 3사와 SK텔레콤에 보냈다. 공정위는 향후 각 상임위원들이 참여하는 전원회의를 통해 통합법인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의 승인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웨이브는 9월 중에 출범할 수 있게 된다.

OTT는 인터넷망을 활용해 드라마·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말한다. 주요 특징으로는 다양한 유통 채널, 콘텐츠 라이브러리 차별화, 저렴한 요금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OTT가 인터넷(IP)TV·케이블과 같은 유료방송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OTT시장이 점점 커지자, 최근에는 디즈니·애플 등과 같은 글로벌 공룡들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들의 공세를 막고자 탄생한 것이 웨이브다. 토종 OTT 출범을 통해 ‘안방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월에는 국내 OTT사업자들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한국OTT포럼’이 출범하기도 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웨이브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힘을 합친 만큼 규모 면에서 그 어떤 토종 OTT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웨이브가 시작부터 난항을 겪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OTT포럼 초대 회장을 맡은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사진=원태영 기자
OTT포럼 초대 회장을 맡은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사진=원태영 기자

먼저 웨이브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가장 크게 꼽히는 것은 '독점 콘텐츠 금지'다. 공정위는 합병 승인 조건과 관련해 콘텐츠 독과점 방지 등을 이유로, 경쟁 OTT에도 콘텐츠를 차별없이 공급해야 한다는 ‘콘텐츠 차별 거래 금지’ 조항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에 따르면 웨이브가 오리지널(독점)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경쟁 OTT에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해야만 한다. 

독점 콘텐츠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내세우는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다. 넷플릭스가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데는 넷플릭스만의 독점 콘텐츠가 큰 힘을 발휘했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이 큰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독점 콘텐츠 없이 웨이브가 출범할 경우,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대다수가 이용하는 OTT 플랫폼이 있는 상태에서, 굳이 신규 플랫폼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부족한 제작비용도 문제다. 앞서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조달하려던 1조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반면 넷플릭스가 지난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비용은 약 120억 달러(약 14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만 해도 총 700여 편에 달한다.

국내 OTT 서비스에 대한 규제 역시 웨이브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국내 OTT시장에 대한 규제를 담은 방송법전부개정안(통합방송법) 수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성수 의원은 “국내법상 OTT 서비스는 법적 지위가 모호해 규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여전히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방송미디어시장 공정 경쟁 촉진과 이용자 보호, 건전한 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정책 수단을 적용해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OTT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최소한의 정책 수단을 적용했다고 김성수 의원 측이 주장하고 있지만 유료방송과 사실상 동일 수준의 규제 잣대를 들이미는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콘텐츠연합플랫폼 관계자는 “이번 방송법 개정안에 최소 규제 원칙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상당 부분 유료방송 규제 틀에 맞추고 있어 과잉 규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국내 OTT시장을 위축시키고, 토종 OTT사업 활동을 제약해,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OTT업계 관계자는 “한국OTT포럼 출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제 방침이 발표돼 당황스럽다”며 “정부와 국회가 국내 OTT 진흥에 정말 관심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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