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과 우리금융 각각 아시아신탁, 국제자산신탁 인수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 가치 ‘투자’···고액 자산 가고객 확보 기대

우리금융그룹의 국제자산신탁 주식매매계약 체결식(사진 위쪽)과 대신금융그룹의 대신자산신탁 출범식 모습/사진=각 사
우리금융그룹의 국제자산신탁 주식매매계약 체결식(사진 위쪽)과 대신금융그룹의 대신자산신탁 출범식 모습/사진=각 사

국내 금융사들의 부동산신탁 시장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우량고객 확보 등의 미래 가치를 위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잇달아 M&A를 통해 부동산신탁업 강화에 나선 데 이어 보험사와 증권사들도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25일 우리금융그룹은 국제자산신탁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국제자산신탁은 지난 2007년 후발주자로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했음에도 관리형 토지신탁과 담보신탁에 강점을 보이며 지난해 기준 수탁고 23조6000억원, 당기순이익 315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를 통해 부동산 개발, 대출, 자문, 투자상품화 등을 아우르는 종합 부동산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대체 특화 자산운용사 등 계열사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부동산개발금융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우리금융을 마지막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는 모두 부동산신탁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앞서 지난 5월 신한금융 역시 아시아신탁을 자회사(지분 60%)로 새롭게 편입하며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부동산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신한리츠운용와 GIB그룹, 은행 신탁본부 등과의 협업을 통해 그룹 내 부동산사업을 고도화할 계획이며 One-Package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그룹의 원 신한(One Shinhan) 전략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미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으로 부동산신탁 분야에서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는 고객이 소유권을 부동산신탁회사에 이전하면 신탁회사가 재산을 효과적으로 개발·관리해 그 이익을 돌려주는 제도다. 위탁자가 맡긴 토지를 개발한 후 수익을 위탁자에게 배당하는 ‘개발신탁’과 부동산을 보존·개량해 생긴 수익을 위탁자에게 돌려주거나 소유권을 관리해 주는 ‘관리신탁’ 등이 있다.

금융그룹이 최근 부동산신탁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이 강하다. 은행 중심의 현 수익구조상 부동산신탁사가 그룹 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의 수탁고는 206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말(118조1000억원) 이후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전년(178조5000억원)과 비교해도 15.9%나 늘어났다.

향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될 경우 큰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은행·증권 등 리테일 부문과 부동산대출 펀드 등을 연계한 영업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부동산신탁업을 통해 고액 자산을 가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KB금융이 발표한 ‘2018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들 중 53.3%가 주택이나 건물, 상가, 토지 등 부동산에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자산가 대다수가 ‘부동산 부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부동산 자문 서비스 등을 연계해 이들을 WM(Wealth Management·개인자산관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WM 부문은 글로벌, 디지털 등과 함께 은행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사업 분야”라며 “모든 금융그룹이 우량고객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신탁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그룹뿐만 아니라 보험과 증권사들도 앞다퉈 이 같은 부동산신탁업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29일 대신금융그룹은 대신자산신탁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대신금융그룹은 지난 3월 부동산신탁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따내고 지난 2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 최종 승인을 받았다. 대신증권이 지분 100%를 출자했으며 자본금은 1000억원이다. 부동산신탁업에 신규 회사가 진입하는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교보생명 역시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생명이 갖고 있던 부동산신탁 계열사 생보부동산신탁의 지분 50%(50만주)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의결했다. 그밖에도 이미 예비인가를 받은 신영·유진투자증권과 한국투자금융지주도 각각 신영자산신탁과 한국부동산신탁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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