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손보사 실손보험 손해율 131% 달해
손보사 관계자 “문케어 반사이익보다 풍선 효과 따른 손실이 더 커”

6개 대형손보사 손해율 현황
6개 대형손보사 손해율 현황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 정책을 내놓았는데도 실손보험 손해율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보험 손해율 역시 확대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뿐만 아니라 상품 판매 중단까지 고려하는 분위기다.

3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대형 손해보험사 6곳(삼성·현대·DB·KB·메리츠·한화손보)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1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이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100%를 넘어서면 보험사의 지출이 더 커져 적자를 보게 된다.

이로 인해 1분기 손보사들의 손해율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6개 손보사 중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모든 손보사의 손해율이 올라갔다. 가장 높은 손해율을 기록한 손보사는 현대해상으로 지난해 1분기(83.36%)보다 1.65%포인트 오른 85.01%를 기록했다. 뒤이어 DB손보 84.11%, KB손보 83.69%, 한화손보 83.66%, 삼성화재 81.92%, 메리츠화재 78.85%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데는 최근 표준약관이 개정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육체노동 가동 연한 정년이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면서 사고와 후유장해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부분에 따른 보험금 지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요양병원과 백내장 수술 등의 보험금 지급액이 전년보다 늘어난 점도 손보사의 적자폭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백내장의 경우 수술비는 실손보험 처리가 안 되는 대신 진단비가 실손 처리된다는 점을 노려 수술비의 상당 부분을 진단비로 돌려 보험액을 지급받는 보험사기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백내장 수술 관련 검사는 병원이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에 해당한다”며 “이를 노리고 일부 안과에선 백내장 진단비를 부풀려 보험금을 과잉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비급여 과잉 진료, 허위 청구, 보험사기 사례 등이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보사들은 ‘문재인 케어’에 따라 보험료를 인상하기도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문케어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반사이익을 실손보험에 반영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3500여 개의 비급여가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예비급여로 전환될 경우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총액이 5년간 약 16~25%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문케어로 인한 반사이익보다는 새로운 비급여 발생 및 비급여 비용 확대 등과 같은 ‘풍선 효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고 하소연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가 이뤄졌지만 비급여 항목이 많이 늘어났다”며 “그러다 보니 일부 병원은 급여화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비급여 항목 검사를 늘리고 가입자는 이를 실손보험으로 처리해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해율은 확대되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보험료를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며 “상황이 악화된다면 실손보험 상품 판매 중단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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