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천만영화’ 의 경제학
  •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filmbj@naver.com)
  • 승인 2019.07.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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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손익분기점은 350만명이니 시쳇말로 초대박을 쳤다. ‘극한직업’(1626만), ‘어벤져스: 엔드게임’(1392만)과 ‘알라딘’(22일 현재 1101만) 에 이어 올해 4번째로 관객 천만명을 동원한 영화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영화 첫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역대 26번째 천만 영화이며, 한국 영화로는 19번째다. 극장 관계자에 따르면 ‘기생충’의 50대 이상 관객 비율은 약 15%로‘어벤져스: 엔드게임’(7.2%)의 두 배다. 중장년층이 많이 본 것이다.

한 해 개봉작 4편이 잇따라 천만영화가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들 4편의 천만영화 덕분에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사상 처음 1억 명을 넘어섰다.올해 상반기 관객 수(1억932만 명)와 매출액(9307억 원) 모두 지난해보다 각각 13.5%, 16.0%가 늘어 역대 상반기 최고치다.

천만영화의 탄생 배경엔 ‘보고 또 보는’ 이른바 N차 관람, 즉 반복 관람이 중요한 요인이 됐다. ‘알라딘’의 경우 움직이는 좌석에 특수효과를 더한 4D 특수관 재관람률은 8.7% 로 같은 기간 흥행 10위권 평균 3.1%보다 두 배였다.

영화의 수익은 투자자, 제작자, 배급및 상영업자, 주연 배우들에게 일정비율로 돌아간다. 물론 수익 구조는 계약에 따라 다르고, 자세히 공개하지도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수 없지만 관례에 비춰 추정은 가능하다. 올해초 당시 ‘극한직업’ 제작자가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챙겼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약 8억 원(전체 투자금의 12% 정도)의 금액을 투자한 IBK기업은행 역시 원금의 최소 7배 이상을 투자수익금으로 회수한 것으로 알려 졌다.

지금까지 천만영화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이른바 ‘가성비’ 가 1위인 영화는 ‘7번방의 선물’이다. 총 제작비 2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장편 상업영화 가운데 최고 수익률 타이틀을 가졌다. 총제작비 61억원이 투입됐으며, 약 914억 원의 누적매출을 기록했다. 최종 수익률은 1498%로 집계됐다. 그 뒤를 잇는 것이‘극한직업’이다. ‘베테랑’(류승완 감독·1166% 수익률),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955% 수익률)등도 수익률 상위권이다. 이번 ‘기생충’도 상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의 순제작비는 135억원, P&A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16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들 천만영화들은 극장 종영후IPTV·디지털 케이블 TV·온라인 및 모바일 VOD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적지 않은 부가 수익도 챙길 수 있어 수익률은 더 증가한다.

하나의 영화를 우리나라 인구의 5분1인 1000만명이 본다는 것은 정치 사회적 인 '사건'이다.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이미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영화적인 완성도 외에, 당대의 사회 분위기, 이슈, 국민의 기질, 취향, 유행등을 합친 그 이상의 무엇이다. 천만 영화가 우리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 등의 영역의 것들을 담아내고 표현해 낸다는 것이다. 거꾸로 천만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유독 영화에, 그것도 하나의 영화에 몰리는 쏠림 현상은 우리 사회 분위기와 기질, 관람환경이 크게 작동 된 듯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1만원안팎의 입장료, 쇼핑몰과 연계된 멀티 플렉스, 다른 여가 활동에 비해 용이한 접근성 및 관람 관행등이 합쳐진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잇달은 천만영화의 탄생이 영화 생태계에 긍정적인 모습으로만 비쳐지지 않는다.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운다는 측면에선 분명 바람직하지만 부작용역시 있다. 중 저예산 영화의 몰락이다. 이는 곧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사이즈 큰 영화만을 반복 생산해 예술영화, 작가주의 영화의 쇠락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상업과 예술영화, 이 두 개의 영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 문화는 원래 다양성을 추구하니깐... 그래서 천만영화에 관객이 몰리면서 중 저예산 영화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상반기  500만 전후의 관객 한국영화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기생충’ 등 이들 천만영화들의 관객 수가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의 절반가까이 차지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된 것이다. 우리사회 극단적인 빈부의 양극화를 블랙코미디로 표현한 ‘기생충’이 우리 영화계의 양극화에 일조한 셈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계속된다면 올해 어쩌면 또 하나의 천만영화가 탄생 할 줄 모르겠다. 영화야 말로 가장 정치적인 매체 아닌가. 금년 7개월동안 4편이 나왔는데 향후 5개월동안 또 안 나오리란 법도 없다. 이러 저래 초대박을 이어가는 한국 영화계만 신난다.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
filmb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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