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수입 규제 관련 WTO 제소서 올해 승소 경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논의될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논의될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3일(현지시간)부터 이틀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린다. 특히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WTO 협정 가운데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위반임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WTO 제소에서 올해 승소한 바 있다.

WTO 일반이사회는 2년마다 열리는 각료회의 기간이 아닌 경우 WTO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기능한다. 164개 전체 회원국 대표가 참여해 중요 현안을 논의한다.

이번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철회 등 어떤 결론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일본 수출 규제의 부당성을 알리고 향후 WTO 제소 시 유리한 여론을 만들 수 있다.

일반이사회 회의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의제를 상정한 한국의 대표가 직접 안건을 발표한다. 이후 일본 등 회원국 각국 대표들이 의견을 밝힌다. 이날 일반이사회에서 한국이 제출한 의제는 한국 시간으로 늦은 밤 또는 새벽에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WTO 규범을 위반했다는 점을 적극 알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4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이어 일본은 한국의 캐치올 제도가 불충분하다며 우호국에 수출통관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 수석대표로 참여하는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22일(현지시간) 제네바에 도착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이미 3건의 조치만으로도 WTO 규범에 정면으로 위반되는데 화이트리스트 규제까지 확대하면 더욱 위반의 범위가 커진다”며 “일본 정부가 신중하게 조치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이 WTO 규범 가운데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위반임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는 GATT 1조, 10조, 11조 등 3개 조항에 대해 위반 가능성이 있다.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는 GATT 제11조 제1항 위반 가능성이 있다. 이 조항은 WTO 회원국이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제한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는 사실상 수출제한조치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GATT 제1조 제1항 위반 가능성도 있다. 이 조항은 동종 상품 수출입 등에 있어 WTO 회원국 사이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화이트국가 등 제3국으로 수출 시보다 한국으로 수출 시 더 엄격한 수출 규제가 이뤄지므로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국에 특혜를 주다가 보통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므로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달리 예외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특혜를 취소하는 조치에도 원칙적으로 최혜국대우 의무가 적용된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GATT 제10조 제3항 위반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유사한 상황의 이해 관계자를 일관되게 대우하지 않는 경우 또는 특정 국가로 수출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과도한 신청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무역규칙의 비일관적·비합리적 시행이라는 것이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 무역협정팀 부연구위원은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서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GATT 몇 조, 몇 조 위반임을 구체적으로는 알리지 않아도 GATT 위반에 대해 거론할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 위반 조항 거론은 보통 제소에 갔을 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반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나서는 이유로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체계 불충분 등을 거론한 바 있다.

◇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승소 이끈 김승호 실장 등 전진 배치

한국은 일본과 식민지배 역사로 불거진 문제에서 실제로 WTO에서 일본에 이긴 경험이 있다.

2014년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한국에 대해 철폐를 요구했다.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은 결국 WTO에 제소했지만 올해 4월 최종 패소했다.

한국이 원전사고가 난 일본에 가까이 위치한 국가로서 잠재적 위험에 따른 한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고려해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가 타당하다는 판정이었다.

당시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 낸 이가 김승호 실장이다. 김 실장이 이번에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한국 대표로 간 것이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장(국제법 박사)은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 후쿠시마 수산물 승소팀이 갔다. 우리가 WTO 규범대로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은 일본이 국제법에 맞지 않은 행위를 하는 데 대해 다자 질서와 규범에 호소해야 한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자체가 GATT를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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