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14년치 서울 아파트값 분석···폐지 후 오히려 아파트값 급등
“공급축소 사실 아냐···상한제 실시 이후 인허가 물량 늘어”

/ 자료 : KB부동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부가 도입 예정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놓고 ‘로또 분양’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집값이 과거 분양가상한제 당시 오히려 안정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공급 축소 우려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민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시행 초기(2008~2009년)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이후 2014년까지 하락 안정세를 나타냈다.

급등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4년 12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이후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2월 4억8000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간값은 2014년 4억7900만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2016년 5억9800만원을 거쳐 지난해에는 8억4500만원까지 올랐다.

이는 경실련이 서울 34개 주요 아파트 가격 변화를 추적한 것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아파트값은 2006년 3.3㎡당 2430만원에서 2014년 2700만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4660만원으로 급등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급등하던 아파트값은 2007년 원가공개와 상한제 실시로 진정됐다”며 “하지만 상한폐 폐지 이후 역시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 자료 : 한국주택협회, 국토교통부

또 경실련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공급축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2006년 9만4000호, 2007년 19만4000호이던 수도권 민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2008년 12만호, 2009년 12만7000호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빠르게 회복해 2011년 20만8000호, 2012년 22만호로 분양가 상한제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인 2004년과 2005년 물량이 13만호, 12만호인 것을 감안할 때, 2007년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을 실시 해 일순간 물량이 많았을 뿐 분양가상한제 시행기간이 오히려 이전 기간보다 인허가 물량이 많았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2015년도에는 35만7000호로 2014년 20만호보다 증가했지만 점차 하락해 지난해에는 21만4000호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던 2012년보다 적은 인허가 물량을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2015년 최고점을 찍고 이후 분양물량이 하락하는 것은 상한제와 분양물량과 큰 상관관계가 없음을 증명한다. 서울 역시 비슷한 추세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던 2011~2014년이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인 2006·2007년보다 인허가 물량이 더 많았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제대로 된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적정원가·적정이윤 보다 과도하게 비싼 분양가를 통제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주변시세보다 훨씬 낮은 주택을 공급할 것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집값 안정과 서민주거안정에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유례없는 집값 안정’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서 전면적인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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