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35곳 기관장 출신 분석···정치권 출신 평가 성적 상대적으로 저조
‘사장 공백’ 있었던 기업도 안 좋아···전문가 “대통령 직접 임명 검토 필요”

/ 표=이다인 디자이너
/ 표=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일부 공공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이는 가운데, 지난해 공기업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았던 기관의 수장 중 문재인 대선캠프나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 출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시사저널e가 35개 공기업을 자체 분석한 결과, 2018년 기준(전·현직 겹칠 경우 현직 적용) 해당 기관장의 출신은 관료 출신이 11명, 정치권 인사 9명, 내부승진 8명, 교수 등 학계 2명, 사기업 출신 등 기타 5명이었다.

앞서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35개 공기업 중 우수(A) 6곳, 양호(B) 15곳, 보통(C) 9곳, 미흡(D) 4곳, 아주 미흡(E) 1곳이 나왔다.

이를 기관장 출신별로 다시 정리해 보면 A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장은 관료 출신 3명, 내부승진 2명, 외부인사 1명 등이었다. B등급은 관료 5명, 내부승진 4명, 정치인 4명, 교수 1명, 사기업 1명이었고, C등급은 관료 3명, 사기업 2명, 정치인 2명, 교수 1명, 내부승진 1명이었다. D등급은 정치인 2명, 사기업 1명, 내부승진 1명, E등급은 정치인 1명이었다.

일각에선 관료나 정치인 출신 기관장은 경영능력 보다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정치권 출신 기관장 상당수는 평가 성적이 안 좋았다. 9명 중 B등급 4명, C등급 2명, D등급 2명, E등급 1명이었는데 미흡 이하인 D, E 등급을 받은 5곳 중 절반이 넘는 3곳이 정치인 출신 기관장 기업이었다.

전체 공기업 중 유일하게 E등급을 받은 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도지사 보좌관 출신으로 2012년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에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D등급 기업 중 김낙순 한국마사회 사장은 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 본부장을 맡았다. 유태열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중앙선대위 민생치안확립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교수 등 학계 출신들은 대체로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는 인물 중심으로 발탁됐다. 한국해양대 교수 출신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동북아해양수도 추진위 공동정책단장으로 활동했다.

최근 관료 출신 채희봉 가스공사 신임 사장이 내부인사인 김영두 사장직무대리를 제치고 낙점되면서 일각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관료 출신은 정치인 출신보다는 상대적으로 평가 결과가 좋았다. 11명 중 A등급이 3명, B등급 5명, C등급 3명이었으며 D등급과 E등급은 없었다. 특히 A등급 기업 6곳 중 절반인 3곳이 관료 출신이었다.

◇정치인 출신 공기업 사장 장단점은···

공기업 기관장들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 대상’이 됐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당수 기관장들이 비리 의혹이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 중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는 기관장은 이학수 수자원공사 사장과 남봉현 인천항만공사 사장 두 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A등급을 받았다. 2016년 2월부터 3년 2개월간 정일영 전 사장이 자리를 지켰던 인천국제공항공사와 2016년 3월 이후 박상우 전 사장이 3년 임기를 채운 한국토지주택공사도 A등급을 받았다.

반면, 기관장 공백이 있었던 공기업 상당수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대한석탄공사는 백창현 전 사장이 지난해 4월 퇴임한 이후 5개월여간 수장 공백사태를 겪었다. 한전KPS도 지난해 1월 정의헌 전 사장이 중도 사퇴 한 뒤 4개월여간 대행체제로 운영됐다. 그랜드코리아레저도 지난해 6월 유태열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6개월여간 리더십 공백이 있었다.

배귀희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공기업 기관장을 맡게 되면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영을 해야하는 문제가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사장을 두고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는 데 현 상황에서 정치권력이 공공기관 인사에 개입하는 걸 막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대통령이 기관장을 직접 임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대통령이 직접지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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