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의 민족의식 고취 노력···신민회 교육기관 활동
“조선은 독립국이다. 조선인은 자주민이다. 조선의 독립에 다 함께 노력하자”
2019년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수립과 3.1 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은 끊임없이 항일독립운동을 했다.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녀노소 모두 일어나 만세운동을 했다. 다음 달인 4월 11일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다. 이는 우리 민족의 자주 독립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시사저널e는 임시정부 수립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 자료를 바탕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사람들의 삶을 기사화한다. 특히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이필주(李弼柱) 선생은 민족 대표 33인중 한 분이다. 선생은 민족 대표로서 3.1 독립선언에 참여한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학생들을 지도해 3.1운동 확산을 위해 노력했다. 이필주 선생은 강연활동으로 동포들의 민족의식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독립운동 비밀결사 단체인 신민회 활동도 했다.
이필주 선생은 1869년 서울 정동에서 태어났다. 18세에 부친이 세상을 떠나고 자신도 흑사병에 걸렸다. 생활고에 시달렸다. 1890년 친구의 권유로 구한국 군대에 사병으로 입대했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나자 선생은 농민군 진압에 동원됐다. 선생은 같은 민족끼리 싸우는 현장에서 괴로움을 겪었다.
선생은 1902년 전염병으로 두 자녀를 잃었다. 커다란 슬픔을 겪으면서 선생은 기독교를 접했다. 이후 군대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1903년 군인을 그만 두었다.
◇국권회복 단체 ‘신민회’ 활동하다
선생은 신민회에서 활동했다. 신민회는 국권회복을 위해 1907년 안창호가 국내에서 조직한 비밀결사 단체다. 양기탁, 전덕기, 이동녕, 안창호, 이동휘, 이갑, 유동열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신민회는 입헌공화국이 아닌 공화정체제를 목적으로 했다. 신민회는 국권회복을 위한 실력양성, 즉 국민 계발과 각성, 학교 설립 통한 인재 양성, 민족 교육 등에 힘썼다. 상인단체를 만들고 공장과 회사를 설립하는 등 민족 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노력했다. 또 신민회는 국권회복을 위해 국외 지역에 독립군기지와 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때 이필주 선생은 주로 상동청년학원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 임무를 맡았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평양의 대성학교나 정주의 오산학교가 신민회의 교육기관 역할을 했듯이 상동청년학원도 신민회의 교육기관이 됐다.
◇학생단과 3.1운동 확산에 힘쓰다
당시 국제 정세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약소국의 독립 문제가 떠올랐다. 한국 독립운동계도 독립선언을 위해 노력했다. 신한청년당은 이 같은 국제 정세의 상황에서김 규식을 파리강화회의에 파견했다. 국내외 동포가 호응하는 전 민족적 독립운동도 구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1919년 1월 21일 마지막 군주인 광무황제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평소 건강이 좋았던 광무황제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발표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광무황제의 독살설은 민중의 억눌린 한을 깨웠다. 그리고 일본 동경에서 2.8독립선언이 거행됐다. 이는 3.1운동을 이끌어냈다.
독립운동 계획은 천도교, 기독교, 학생 측의 개별적 독립운동 추진 계획이 통합되고 불교 측도 참여하면서 민족대연합전선을 이뤘다. 2월 26일과 27일 기독교계 인사들이 이필주 선생의 집에서 모여 민족대표에 추대할 인물을 뽑았다. 이 선생은 기독교 감리회 대표로 33인에 참가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선생은 박희도의 지도아래 1월 하순부터 추진됐던 기독교청년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단의 독립운동 계획에 관여했다. 이러한 사실은 기독교청년회와 밀접한 관계였던 선생의 처지, 그리고 정동교회 내 이필주 선생의 집이 학생단의 회의 장소였던 점 등을 통해 파악되는 바다.
3.1 독립운동 거사가 가까워지면서 선생의 집은 연일 학생단의 회의 장소로 사용됐다. 당시 학생단은 3월 1일 이후에도 연속적으로 만세시위를 전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 방도를 논의했다.
이를 통해 이필주 선생이 단순히 민족대표 33인에만 참가한 것이 아니라 3.1운동의 확산을 위해 학생단을 지도했던 점도 파악된다. 선생은 3월 1일 독립선언 이후 자신은 감옥에 가더라도 이후 전개될 독립운동의 구도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훗날 신채호의 아내가 되는 박자혜 여사가 이 무렵 선생과 연결돼 조선총독부 부속병원 조산원으로 구성된 간우회 회원을 규합해 만세시위를 계획해 갔던 사실은 그와 같은 사실을 예증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3월 1일 오후 2시 태화관에서 민족대표들이 모여 역사적인 독립선언식을 거행했다.
◇강연 통해 민족 의식 높이다
선생은 독립선언식 거행 직후 일제에 붙잡혔다. 1920년 10월 30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받아 옥고를 치르다 1921년 11월 4일 공덕동 경성감옥에서 출옥했다.
출옥 후 선생은 목회활동에 전념했다. 겉으로는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민족적 지조와 절개를 지켰다. 선생은 전도회, 부흥회 등을 통해 활발한 강연 활동을 했다. 선생은 강연에서 민족 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연희전문학교 학생속회 학생들은 선생을 통해 많은 민족적 감화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선생은 1942년 4월 21일 세상을 떠났다. 당시는 일제의 신사 참배 강요와 태평양 전쟁으로 기독교와 민족의 시련이 극심할 때였다. 3년 4개월 후 한반도는 독립을 했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