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회장 5명 중 4명 사법처리 가능성···대법원 상고 시 임기 완주 유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사진=연합뉴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사진=연합뉴스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받고 있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심 결과 당선무효 위기에 놓여 있는만큼 검찰 구형과 재판부 선고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민선 회장들이 사법처리 됐었던 농협중앙회의 흑역사가 김 회장에게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농협중앙회 안팎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1심과 항소심 각각 1년 4개월씩 소요…“임기 채우기 위한 지연” 지적도

서울고등법원 제2 형사부는 오는 11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 등 12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판은 항소심의 결심공판으로 검찰 측의 구형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함께 출마한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과 공모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과 최 전 조합장은 둘 중에 누가 결선에 오르던지 서로 도와주기로 사전에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김 회장이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오르자 최 전 조합장은 결선 투표 당일 대포폰을 이용해 대의원들에게 김 회장을 지지하는 문자도 전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1심에서 검찰 측은 김 회장에게 “이번 사건으로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위탁선거법 70조 상 당선인이 해당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관리를 맡기는 농협과 수협, 중소기업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등도 이 법률에 적용을 받는다. 당선 무효 위기에 처한 김 회장은 선고 직후 항소했다.

지난해 3월 항소심 첫 공판기일 이후 약 한달에 1회 주기로 공판이 진행됐고 1년 4개월이 지나서야 결심 공판이 열리게 됐다. 1심 기간(1년 4개월)을 포함해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재판이 진행되자 더딘 속도에 대한 비판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많은 수의 공동피고인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협동조합 노동조합 역시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되었지만 즉각 항소해 임기 4년 내내 재판만 하고 있다”며 “사법부와 김병원 회장은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며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를 채우려는 속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호선 회장부터 정대근 회장까지…농협중앙회장 ‘잔혹사’ 주목

만약 항소심에서 1심과 유사하게 검찰 실형 구형, 재판부 벌금 선고가 이뤄지면 민선 회장 5명 중 4명이 사법처리를 받는 흑역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다.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방식은 지난 1989년 전국 농협조합장들이 투표로 뽑는 민선으로 변경됐다.

초대 민선 회장인 한호선 회장은 지난 1994년 횡령과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돼 2년6개월 실형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았으며 2대 원철희 회장도 같은 혐의로 1999년 구속,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다.

3대 정대근 회장은 뇌물 수수 혐의로 2006년 구속돼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직전 회장인 최원병 회장은 유일하게 사법처리를 면했지만 ‘리솜리조트 부실대출’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최종적으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확정 받더라도 김 회장은 회장 임기를 무난하게 완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상고 등에 소요되는 기간까지 따지면 내년 3월 김 회장의 임기만료 전에 형이 확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의 결과에 따라 연임제가 도입될 수도 있어 잔여 임기와는 별개로 사법처리 여부가 김 회장에게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4월 15일 열린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연임 관련 질문에 “제가 당선될 때는 4년 임기 단임제로 당선됐다”며 “지금 입장에서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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