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치중됐던 포트폴리오 체질 개선···매출 비중↑, 마중물 투자
車 연료 다변화 시대 준비, 전기·수소 등 파는 '복합주유소' 확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유업에 치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닌 업체들이 속속 석유화학 매출 비중을 키우기 위해 ‘마중물’을 붓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에쓰오일(S-Oil)과 현대오일뱅크다. 전기·수소 등 자동차 연료의 다변화 시대에 발맞춘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들 두 업체는 최근 석유화학 업체로의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5조원을 투입한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오일뱅크도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각각 1000억원, 1600억원을 투입해 아로마틱 석유화학 공장 증설에 총 26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에쓰오일의 복합석유화학시설은 저부가가치의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하고, 재처리를 통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을 생산하게 된다. 각각 40만5000톤, 30만톤의 연산 능력을 보유했다. 관련 시설의 투자는 국내 석유화학 분야서 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특히 사우디아람코(아람코)가 에쓰오일의 단독 대주주가 된 후 진행한 첫 대형투자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해당 시설은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1단계 프로젝트’인 셈인데, 아람코 측은 2024년까지 7조원을 추가 투입해 석유화학 2단계 SC&D(Steam Cracker & Olefin Downstream·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공헌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해 석유화학 비중이 전년대비 5%p 확대돼 13%를 기록하며 핵심사업 분야에서 다각화를 실현했고, 올레핀 제품이 종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해 37%를 차지하게 돼 파라자일렌(46%), 벤젠(17%)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련시설 준공식에서 김철수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은 “한국의 정유·석유화학 산업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에 따라 43년 전 작은 정유사로 출발한 에쓰오일이 정유·석유화학 사업 통합과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석유화학 하류부문에 본격 진입하는 혁신적인 전환을 이루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로마틱’을 통해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한다. 아로마틱은 혼합자일렌을 원료로 파라자일렌과 톨루엔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분야다. 이들은 △합성섬유 △건축자재 △기계부품소재 △페트병 등의 원료로 폭넓게 사용된다. 향후 현대케미칼의 혼합자일렌 연산능력은 120만톤에서 140만톤으로 확대된다.

현대코스모는 공장 증설을 위해 상세설계에 착수한 상태다. 내년 6월 완공 후에는, 대표 아로마틱 제품인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18만톤 늘어난 연간 136만톤에 이르게 된다. 업체 측에 따르면 아로마틱 제품 수요는 인도 및 동남아시아 경제 성상세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파라자일렌의 경우 향후 10년 간 매년 4%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증설로 인한 연간 영업이익 개선효과는 860억원”이라며 “2022년 올레핀 석유화학공장인 2조7000천억 규모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까지 정상 가동되면 전체 영업이익에서 석유화학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5%에서 50%로 수직 상승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유에 치중됐다는 평가를 받던 이들 두 업체가 석유화학 기업으로의 전환을 발 빠르게 준비하는 배경에는 휘발유·경유 등으로 한정됐던 자동차 연료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경우 상용화에 성공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확산이 점쳐지며 점차 화석연료 차량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지대한 상황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6월 울산에서 첫 선을 보였던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수도권 및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스테이션은 기존 주유소에서 판매되던 휘발유·경유·LPG 외 수소·전기 등 모든 차량 연료가 판매되는 복합주유소다. 이 밖에도 세차 및 정비 등도 가능하다. 수도권의 경우 경기 고양시에 첫 선을 보이며 차차 전국에 매장을 늘려간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시장이 확대되면서 더불어 성장한 업체들이 정유업계라 할 수 있다”면서 “(두 업체의 변화는)원유를 분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의 소재·원료가 되는 생산라인 구축을 바탕으로 ‘탈 화석연료’를 추구하는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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