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이랜드, 보유 부동산 개발해 임대주택사업 추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강남점 상장 리츠 통해 현금 마련 나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오프라인 시장의 위축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신세계 등 국내 대형 유통사들이 부동산을 활용해 자구책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보유한 사옥이나 유휴부지를 개발해 임대사업에 나서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 꾀하고 있다. 아울러 리츠 방식으로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자금을 현금화 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임대사업으로 안정적 수익 확보···신세계, ‘이마트 울산 학성점’ 임대아파트로 개발

28일 부동산 및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대형 유통사들은 보유한 부동산의 용도를 바꿔 임대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내수 경기 침체와 온라인 시장 확대로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유통사의 체질 개선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부동산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수익성이 악화된 이마트 점포를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3월 울산 중구 학성점 부지에 정부 인가를 받아 공공지원 임대주택(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8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해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이다. 신세계는 최고 29층, 5개 동으로 이뤄진 임대주택(아파트 404가구, 오피스텔 162실)을 지을 예정이다.

이랜드리테일은 2011년 매입한 대전 서구 둔산동 소재의 부지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해당 부지에 지상 13층 규모의 ‘둔산NC백화점’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익성 부족과 자금 유동성 위기로 2016년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장기간 방치됐다. 이에 이랜드리테일은 임대주택 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이곳에 오피스텔을 지어 43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랜드 신촌사옥 부지인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도 청년주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지상 16층 규모로 지어 임대로 이뤄진 589가구를 공급하는 것으로 2020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유통사들이 오프라인 점포의 영업매출 감소와 점포관리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그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부동산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고, 기업들은 일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윈윈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리츠 형태로 증시 상장해 자금 확보 나서

유통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하고 있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한 임대료, 주식배당금 등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투자신탁을 말한다. 건물주가 세입자가 되고, 투자자가 건물주가 되어 임대료를 받는 자산 유동화 모델이다. 기업은 이를 증권화해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을 현금화할 수 있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부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최근 알짜 점포로 불리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 형태로 주식시장에 상장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이를 위해 420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추진하고 ‘롯데리츠’의 설립과 운영을 통해 롯데리츠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리츠는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설립인가를 획득했고, 주주는 롯데쇼핑 100%, 자산운용기관은 롯데지주의 100% 자회사인 롯데AMC로 구성된다. 롯데쇼핑은 2023년까지 강남점을 빌려 쓰는 조건으로 롯데리츠에 매년 임차료 약 22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광주점·구리점,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 롯데마트 김해점 등을 매각·리츠 형태로 현물출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이외에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6월 NC백화점 분당야탑점과 뉴코아 일산·평촌점 등 매장 5곳을 한데 묶은 리츠를 상장해 8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신세계 역시 부실자산 매각을 목적으로 리츠를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신세계는 그룹 내 중장기 성장동력을 온라인 사업부문으로 잡은 만큼 자산 유동화보다는 자산 매각을 위해 리츠를 활용할 방침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의 등장과 오프라인 유통의 패러다임의 변화로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이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유통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미래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각 유통사들은 성장세가 가파른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리츠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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