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미래먹거리 준비도 좋은 평가 받아
IPO부진, 웅진코웨이 재매각, 발행어음 제재 등은 부정적 이슈

사진은 올해 1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를 연 모습. / 사진=한국투자증권
사진은 올해 1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를 연 모습. /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정일문 대표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지 반년이 지난 가운데 그동안의 성과에 관심이 모인다. 실적만 놓고보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호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순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2030세대 미래 고객 확보와 해외 영업·투자 확대 움직임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정 대표의 전문 분야인 기업공개(IPO)에서 상반기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과 최근 웅진코웨이 재매각과 관련해 결국 무리한 인수금융을 주선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투자은행(IB) 명가답지 않은 대목이었다. 더불어 발행어음 불법 개인대출 등 다수 징계로 평판 훼손을 피할 수 없었다는 점도 부정적이었다.

◇ 사상 최대 분기 실적···미래 먹거리 준비도 ‘착착’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12년 동안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었던 유상호 전 대표를 대신해 정일문 대표를 수장 자리에 앉혔다.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해 50대 기수로 세대 교체한 것이었다. 정일문호(號)는 ‘아시아 최고 증권사’와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약속하며 올해 1월 공식 출범했다. 그리고 그의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상반기가 지났다. 

우선 실적에서 한국투자증권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21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 증가한 것이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한 2746억원을 내보였고 매출(영업수익)도 전년 대비 34.7% 증가한 3조1836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발표가 되지 않은 2분기 실적도 1분기 만큼은 아니지만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지표들도 좋게나왔다.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연환산으로 20%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ROE인 11%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데다 두 번째로 ROE가 높은 증권사인 메리츠종금증권의 14% 보다 큰 폭으로 앞선다. 재무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도 지난해 말 1016.93%에서 올해 1분기 말 803.48%로 대폭 낮아졌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움직임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잠재 고객인 2030세대 미래를 겨냥해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계좌개설 서비스를 실시 했는데, 서비스 시작 2개월만에 약 85만개 신규 계좌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한 증권사가 두 달 동안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벌여 4만5000개 신규 계좌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이는 두드러진 모습니다. 여기에 홍콩법인 3억달러 규모 증자를 완료하고 유럽 빌딩 투자에 나서는 등 해외 시장 개척 움직임도 활발했다.

◇ IB강자 무색하게 한 IPO와 웅진코웨이 재매각, 발행어음 제재 이슈

반대로 부정적인 모습들도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정 대표의 전문분야라 할 수 있는 IPO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들어 이날까지 2건의 상장을 주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NH투자증권이 기업 6곳(이하 스팩 포함)을 상장시킨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누적 공모금액도 NH투자증권은 4540억원 수준이지만 한국투자증권은 380억원 규모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주관한 2건 중에서도 한 건은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웅진코웨이 재매각도 한국투자증권으로선 좋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 주관을 맡으면서 1조1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주선하고 5000억원의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를 우선적으로 총액 인수했다. 웅진그룹이 지난 3월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00억원에 사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투자증권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이 없었다면 이번 딜은 성립되기 쉽지 않았던 셈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IB 강자 한국투자증권의 평판에 금이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웅진코웨이 인수 솔루션이 먹히지 않은 까닭이다. 당시에도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인수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인수 후에도 재무적인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한국투자증권으로선 각종 담보 설정을 통해 리스크도 낮은 상태고 재매각 주관까지 맡으면서 금전적인 이득은 쌓이겠지만 책임론 측면에선 자유로울 수는 없게될 전망이다.

발행어음 개인 부당 대출로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점도 올해 상반기 부정적인 이슈였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최대원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맺어진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조달했는데 금융당국은 이를 개인대출이라 규정한 것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등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나 발행어음 사업자가 조달한 금액을 벤처기업에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어서 불법 신용공여 문제는 더욱 부각된 상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발행어음 1·2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말까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이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향후 발행어음 사업을 함에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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