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돼 활성화됐지만 ‘사업 실적’ 저조
행정절차 여전히 까다로워···‘일조권 문제·전문성 부족’도 걸림돌
“서울의 경우 저층 주거지 밀집 비중 높아 관련 규정 재검토 필요”

2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대규모 정비사업의 부작용은 최소화 하면서 저층 노후 주거지를 정비할 수 있는 정비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행정절차와 일조권 문제, 전문선 부족 등으로 인해 사업 진행은 더딘 상황이다. / 사진=시사저널e DB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대규모 정비사업의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도심 저층 노후 주거지를 정비할 수 있는 대안적 정비 모델로 꼽힌다. 최근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돼 활성화가 시도되고 있다. 관련법과 규제도 완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현장에서는 과도한 행정절차와 일조권 문제, 전문성 부족 등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로주택정비사업 실적도 저조한 실정이다. 

◇소규모 저층 공동주택 노후화 가속···가로주택정비사업, 주거환경 개선할 대안으로 떠올라

2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2012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도입된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대규모 정비사업을 할 수 없는 지역 내 저층 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게 해당 사업의 핵심이다. 1만㎡ 미만의 대상지에서 노후 건축물의 수가 3분의 2 이상이거나 해당 구역 내 세대 수가 20세대 이상인 경우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장점은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통상 8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이 사업은 평균 2~3년이 소요된다. 또 공공기여 조건이 없이도 높이·건폐율·부대시설 설치 기준 등의 완화가 적용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이관됐다. 특례법을 통한 절차 간소화로 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기존 정비사업과 가로주택사업 사업 비교표 / 자료=국토교통부 

특히 정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노후화가 빨라지고 있는 도심 내 소규모 공동주택의 주거환경을 크게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동주택은 전체 가구의 60%(아파트 48.6%+연립·다세대주택 11.4%)를 차지하며,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소규모 공동주택은 공동주택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 1990년대 이전에 형성된 4층 이하 노후 단독·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의 노후화가 심각해 향후 체계적인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사업성이 부족해 사업이 무산된 뉴타운 및 정비구역 해제 지역이 다수 존재해 이들 지역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도시재생이 도시정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기되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대규모 정비사업이 불가능한 지역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신속히 정비하고 재생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주요 사업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실적 부진에 규제 완화 나섰지만…행정절차 여전히 까다로워

사회적 필요성과 정책적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국토부의 시도별 가로주택정비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국에서 조합이 설립된 가로주택정비사업장은 서울이 31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 14곳, 인천 8곳, 경북 3곳, 대구 2곳, 부산·광주·충북 각 1곳 등이었다. 이 중 준공된 곳은 1곳 뿐이고, 사업계획승인 등 사업 진척이 어느 정도 이뤄진 곳은 15곳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국토부는 이달 초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기존 ‘가로 구역 1만㎡ 미만’이라는 정비사업 면적 조건을 시·도 조례를 통해 최대 2만㎡까지 늘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이주비 융자금액도 ‘종전 자산의 70%’에서 ‘권역별 평균 전세가격의 70%’로 변경할 예정이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 말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최고 층수를 7층에서 15층으로 크게 완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활성화 방안에도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서울의 가로정비사업장들은 까다로운 행정절차로 인해 사업이 더딘 편이다. 서울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치구 관련부서 협의 ▲서울시 심의 요청 ▲기술검토회의 ▲기술검토회의 결과보고 ▲도시재생위원회 개최 ▲심의결과 통보 등 무려 13단계의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중 기술검토회의는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자치구 및 전문가 의견 등이 추가돼 행정절차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아울러 일조권 문제와 조합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변수로 등장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면목부림’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 최초로 임대주택을 짓는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았다. 하지만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일조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해당 지역이 저층 다세대·연립 주택등이 밀집한 곳인 만큼 이를 해결해야 하는 조합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서울 중랑구 ‘세광하니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입찰에 4개 건설사가 응찰했지만, 최종 시공사 선정 총회에 2개의 건설사가 올라왔다. 일부 건설사들의 입찰 서류가 미비하다는 것을 조합이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현재 우리나라의 정비사업이 대규모 정비사업 위주의 체계에 집중됐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장기간 방치된 빈집과 노후 건축물 등에 대한 소규모 정비사업 관련된 내용은 미흡한 상태라는 것이다. 더욱이 저소득층의 60% 이상이 단독·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는 점을 고려하면 소규모 주택정비에 대한 공공부문의 다각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사업성을 높일 수 있게 층수 기준을 완화했지만, 까다로운 세부 행정절차로 인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와 엇박자를 나타내고 있다”며 “저층 주거지의 밀집도가 높은 서울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활성화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현재 비용 보조 및 융자 규정이 존재하나, 범위가 협소하고 구체적 위임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질적 적용 사례가 많지 않다”며 “토지 소유주 대다수가 고령자, 사회적 취약자 계층인 많은 만큼 사업 시행자의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한 비용 보조, 융자 범위 확대, 대상 구체화, 조세 감면·부담금 면제 규정 신설 등을 검토해야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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