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PC온오프제 도입, 회의·보고 최소화 노력
개선되고 있지만 지점별 차이 있어···“인력 보강 필요”

영업점에서 근무 중인 은행 직원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영업점에서 근무 중인 은행 직원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의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도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은행들은 PC오프제,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일부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PC오프제부터 PPT보고서 금지까지···은행권, 업무 부담 완화 ‘총력’

24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전 금융권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식으로 적용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지난해 7월 1일 법적으로 처음 도입됐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특례업종으로 1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

지난 1년 동안 각 은행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연착륙을 위해 여러 시도를 이어왔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1일부터 pc사용시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주 52시간 내로 업무를 할 수 있게 조절하고 있으며 각 부서에 5분, 15분, 30분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알람시계 배부해 회의시간 단축을 촉진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에 운영하던 의무 이수교육을 폐지하는 대신 직원들이 모바일로 자유롭게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으며 단순 반복 업무들을 로봇PC가 대신 수행하게 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도 도입했다. 일손이 부족한 영업점을 지원하기 위해 본점 인원 50여명도 일선 영업점으로 인사발령했다.

KB국민은행 역시 2017년 10월부터 PC-OFF 제도를 통해 일정시간이 지나면 PC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고 있으며 올해 5월 13일부터는 직원들의 점심시간 사용을 위해 필수적으로 1시간동안 PC를 차단하고 있다.

45개 지점에서는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KB Wise근무제’도 운영하고 있다. ▲9 TO 7 (2교대 근무제) ▲애프터뱅크(AfterBank) 2개 모델을 구성, 직원들이 자기계발이나 육아를 위해 오전, 오후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생산적 회의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화상회의 기기나 태블릿PC를 활용해 회의 시간을 줄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PPT 보고서를 전면 금지하고 키워드 중심의 워드(Word) 보고서로 대체했다.

우리은행도 PC오프제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으며 회의문화 개선을 위한 ‘111 실천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111캠페인은 ‘1paper, 1 hour, 1day’의 약자며 1장 이내의 회의자료로 1시간 내에 회의를 하고 1일 안으로 피드백을 주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휴일근무 또는 상시 연장근무 영업점과 부서에 인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PC오프제를 도입했으며 불필요한 회의를 최소화하는 ‘회의 다이어트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본점의 경우 업무시간 종료 후 일괄소등을 실시, 별도의 업무집중층을 운영하고 있다.

◇영업 현장 “근무환경 개선되고 있지만 70점 수준”···인력 충원 요구도

하지만 이러한 은행들의 노력에도 일부 실무직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준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력으로 근무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업무량이 많은 지점이나 부서는 여전히 초과근무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특성상 지점별로 업무량 편차가 심하다”며 “수도권이나 지방에 위치한 지점들은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서류 정리와 같이 PC없이 할 수 있는 업무들도 많아 컴퓨터를 꺼놓고 일하거나 집에 일을 들고가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다”며 “주 52시간 도입 준비 상황에 점수를 준다면 70점 정도 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회의 방식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문화적인 측면이기 때문에 완전히 바뀌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이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도입하고 있는 인공지능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있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업무처리나 상담 챗봇 등은 아직 초보자 수준으로 업무에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들도 다수 있어 완전 정착까지 5~10년 정도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업무 효율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인력이 보충돼야 한다”며 “총 업무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을 더 뽑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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