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송금망 제3자에 개방하는 ‘오픈뱅킹’ 10월 시범 실시 예정
핀테크 기업, 금융사 공정 경쟁 가능···“주거래 고객 이동 많지 않을 것”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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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별도로 운영하던 결제·송금망을 제3자에게 공유하는 ‘오픈뱅킹’이 도입될 예정이다. 은행권과 핀테크업계는 핀테크 무한경쟁 시대에 경쟁보다는 ‘윈-윈’(Win-Win)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은 오는 10월 오픈뱅킹을 시범실시한 후 12월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오픈뱅킹은 기존 은행들의 결제·송금망을 제3자가 저렴한 이용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동결제시스템’이다. 핀테크 업체가 기존 금융사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금융혁신을 촉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핀테크 업체는 각 은행마다 제휴를 맺지 않아도 결제나 송금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용수수료도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여러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디지털 경쟁 심화에 대해 은행권은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거래 계좌로 대표되는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만큼 오픈뱅킹으로 인한 고객 유출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핀테크 업체의 빠른 발전으로 보다 다양한 협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 계좌 이동제도 도입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이 이뤄질 때마다 시장 변동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큰 고객 유출이나 변화가 없었다”며 “주거래 은행에 적용되는 각종 혜택들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바일 부문에서도 은행들이 그동안 많은 서비스 개발을 했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을 확보해 놨다”며 “입출금 수수료 면제 혜택 등도 이미 은행권에서 대부분 지원되고 있어 핀테크 기업이 별다른 차별성을 갖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오히려 기존에 해왔던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들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은 신뢰를 바탕이 돼야 한다”며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에서 하던 대규모 거래를 핀테크 기업에서 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픈뱅킹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실무자 차원에서 핀테크 업체와의 사업영역 공유 등을 논의 중”이라며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과 제휴 상품을 출시하는 등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 역시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핀테크 기업의 성장은 금융소비자 편익증진과 금융혁신, 일자리 창출 등의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민 사우스웨스트캘리포니아대학(SWCU) 국제경영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오픈뱅킹 전면 시행은 글로벌 선진 금융트렌드를 따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핀테크스타트업과 관련 기업들은 추가적 금융 서비스 개발이 용이해 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궁극적으로는 최종 소비자들이 좀 더 향상된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합리적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존 은행, 핀테크업체, 소비자 모두 환영할 만한 정책시행의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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