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여성임원 비율 목표치 상향···씨티은행 40%·국민은행 20%
여성 경영참여, 투자 지표에 반영···글로벌 진출 주요 관건으로 떠올라

여성 책임자와 임원 비율이 늘어나면서 ‘여풍(女風)’이 부는 가운데 은행권의 공고한 ‘유리천장’에 조금씩 금이 갈지 주목된다./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여성 책임자와 임원 비율이 늘어나면서 ‘여풍(女風)’이 부는 가운데 은행권의 공고한 ‘유리천장’에 조금씩 금이 갈지 주목된다./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은행권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성 책임자를 늘리고 임원 비율도 늘어나는 등 은행권에 ‘여풍(女風)’이 불면서 공고한 ‘유리천장’에 조금씩 금이 갈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 내 여성 임원 비율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임원이 저조하기로 유명했던 IBK기업은행에 특히 변화가 두드러졌다.

기업은행 내 여성 책임자 모임으로 알려진 ‘주춧돌’은 최근 활동 자격을 4급(과·차장급) 이상에서 3급(팀장·부지점장) 이상으로 좁혔다. 4급 이상 여성 행원이 1000명을 넘어서면서 한꺼번에 모임을 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년간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정기인사 때마다 여성 임원을 대거 발탁하면서 회원 수가 급격히 늘어 가입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올 상반기 기업은행 정기인사에서 책임자급으로 승진한 335명 중 절반 이상인 175명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 ‘여풍’이 비교적 강하기로 유명한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여성 임원 비율 목표치를 40%로 올려 잡았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여성 임원 비율은 38%로 적지 않은 수치지만 다양성 확대 차원에서 계속 여성 임원 비율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최근 여성가족부와 자율협약을 맺고 여성 임원 비율을 2022년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같은 노력에 따라 KB국민은행의 부점장급 이상의 여성 리더 비율은 2017년 9.2%에서 지난해 9.7%, 그리고 올해 6월 10.1%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es)’를 운영해오고 있다. 앞서 1기로 29명이 참여했으며 올해 임원으로 승진한 왕미화 WM그룹 부문장, 조경선 영업기획그룹장이 모두 신한 쉬어로즈 출신이다. 올해 3월에는 2기가 출범했으며 업계는 올해 말 인사에서도 신한 쉬어로즈 출신 여성임원이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과장급 이상의 여성관리자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24%를 목표로 늘릴 계획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쓰는 이유는 유리천장과 같은 성차별 해소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해외 눈높이에 맞춘 조직 운영을 꾀하기 위해서다.

선진국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투자기업 선정에서 재무적 성과뿐만 비재무적 요소도 함께 고려하는 ESG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ESG란 기업이 환경(Environmental), 사회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에서 얼마나 사회·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는지 판단하는 지표다.

ESG평가의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여성의 경영참여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한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연기금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공적연금(GPIF)의 미즈노 히로미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여성의 경영 참여와 관련된 ESG지표를 투자에 반영하고 있다”며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도 기업의 ESG 등 성 다양성과 관련된 지표들이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은행권 입장에선 여성직원과 여성임원 비율이 주요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 부문 고위관계자는 “양성평등 인식이 높은 선진국들은 ESG평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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