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수단으로 널리 쓰여…“산업화 가능성 모색해야”

나이키 플러스의 Bid your Sweat 캠페인. / 자료=나이키 플러스
나이키 플러스의 Bid your Sweat 캠페인. / 자료=나이키 플러스

최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마케팅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나이키, KEB하나은행, KT까지 업종을 막론하고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을 받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적극 활용한다. 게임업계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까지 기대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적 사고와 게임 기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과정을 일컫는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Game)과 ‘~이 되게 함’이라는 뜻의 라틴계 접미사 ification을 합친 말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게임화’정도가 적당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은  2002년 영국의 프로그래머 닉 펠링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이후 2011년 미국에서 열린 ‘게이미피케이션 서밋’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게이미피케이션은 생소한 단어였다. 현재 게이미피케이션은 교육, 의료, 기업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게임과 같은 재미 요소를 넣어 사용자로 하여금 능동적인 참여와 빠른 동기유발을 노리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사례로는 커피 10잔에 공짜 커피 한 잔과 같은 보상을 내거는 쿠폰 제도가 있다. 계단에 피아노건반을 설치해 계단을 밟을때마다 피아노 소리가 나게 만든 ‘피아노 계단’, 질문에 답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포인트인 내공을 제공하고, 내공에 따라 등급 체계를 달리 적용한 네이버 ‘지식IN’ 역시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나이키 플러스’ 어플리케이션이 자주 언급된다. 운동화에 나이키 플러스 센서를 달고 운동을 하면 운동량이나 운동 경로, 이용자의 칼로리 소모량 등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나이키 플러스는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활용해 신기록을 달성해 나갈 때마다 축하 음성 메시지를 주거나 트로피 같은 보상을 제공한다. 

나이키는 지난 2012년에 Bid your Sweat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석하면 ‘땀으로 입찰하라’다. 여기서 말하는 Sweat는 나이키 플러스 앱을 통해 측정된 사용자들의 이동 거리를 의미한다. 나이키는 이동 거리에 따라 가상화폐를 지급하고, 이를 통해 나이키 제품을 경매형식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당시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국내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KEB 하나은행의 ‘도전 365 적금’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측정한 걸음수가 가입한 날로부터 11개월 동안 350만보를 넘으면 연 2.35%의 추가금리 혜택을 준다. 하루에 1만보씩은 걸어야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금융상품에 미세먼지 해결을 접목한 친환경 특화상품 ‘KB맑은하늘적금’을 최근 출시했다. 가입고객이 종이통장 발행하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맑은하늘을 위한 4가지 미션’을 달성하면 최고 1.0%포인트의 우대이율을 제공한다.

KT의 캐치히어로즈 게임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KT의 캐치히어로즈 게임 시연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KT도 최근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5G 홍보에 나섰다. KT가 출시한 캐치히어로즈는 5G 커버리지를 알리기 위해 만든 앱으로,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 캐릭터가 등장하는 점이 특징이다. 캐치히어로즈 앱을 실행해 주변을 살펴보면 5G 아이템이 나타난다. 이 5G 아이템을 획득하면 한 장의 히어로카드가 카드북에 저장된다. 이러한 히어로들을 모아 사은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신사업 자회사 라이프엠엠오(Life MMO Corp.)를 공식 출범하기도 했다. 라이프엠엠오는 실제 일상을 게임처럼 즐겁게 만들기 위한 게이미피케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카카오게임즈 내부 조직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다. 이 분야 콘텐츠 개발 전문성 및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걷기, 자전거 등 야외 이동 활동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프로젝트R(가칭)’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후 남녀노소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일상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제11회 게이미피케이션 정책 토론회에서는 ‘세계 주요지역 게이미피케이션 현황’을 주제로 게임의 장점들이 사회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임충재 계명대학교 게임모바일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서 활력있는 도시로 변화되고 있다”며 “전 세계 도시의 게이미피케이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국내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 개념이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마케팅 등에 대한 보조수단에만 머무는 형편”이라며 “보다 체계적인 접근과 연구, 산업화 가능성 모색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동승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최근 게임을 즐긴 세대들이 성장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을 결합한 지역 활성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지만, 결국 이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결정자들 대부분이 5060세대다”며 “개발 이후 지속적으로 리뉴얼하고 업데이트를 해야하는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프로젝트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문제는 대부분 단기 프로젝트에 그친다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장기 프로젝트가 정부나 기업의 도움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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