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에 이어 수수료 인하까지···시장 선점 경쟁 불붙을까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 조직을 개편하는 데 이어 수수료 인하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사진=셔터스톡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 조직을 개편하는 데 이어 수수료 인하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사진=셔터스톡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 조직을 개편하는 데 이어 수수료 인하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수요가 늘어나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려는 금융사들의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전날 퇴직연금 사업부문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다음달부터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수료가 최대 70%까지 낮아진다. 또한 수익이 나지 않는 퇴직연금 계좌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외에도 10년 이상 장기 고객 할인율 확대, 연금방식으로 수령 시 수수료 감면,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 가입금액 30억원 이하 기업과 개인형 퇴직연금 1억원 미만 고객 수수료 인하 등도 함께 시행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회의에서 “수익이 안 나는데 고객에게 수수료를 떼어갈 수는 없다”며 수수료 체계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앞서 지난 4월 신한금융은 퇴직연금 사업자 도약을 위해 퇴직연금 사업체계를 전면 개편한 바 있다. 이에 질세라 다른 금융사들 역시 관련 조직 확대·정비에 나섰다. 지난달 말 KB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의 연금사업 컨트롤타워를 신설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달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일대일 맞춤 자산관리와 수익률 컨설팅을 제공하는 연금자산관리센터를 열었으며 최근 연금사업본부를 연금사업단으로 격상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퇴직연금 시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퇴직연금 사업이 금융사의 쏠쏠한 수익원으로 기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0조원으로 지난해 말(168조4000억원)보다 12.8%(21조6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 대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2023년에는 시장 규모가 312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퇴직연금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은행이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를 신호탄으로 여타 금융사들 역시 수수료 인하 및 수익률 강화에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퇴직연금 부서 내 수익률 전담팀을 운영 중으로 DC와 IRP 고객 수익률을 집중 관리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 퇴직연금 관련 수수료를 인하한 바 있으며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도 검토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자금력이 떨어지는 20~34세의 사회초년생과 55세 이상 은퇴세대에 대해 퇴직연금 수수료를 최대 70%까지 인하하는 내용의 수수료 개편안을 연내 도입 목표로 준비 중이다. KB국민은행 역시 하반기 내로 수수료 차등화를 통한 인하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연금사업 관계자는 “퇴직연금 상품은 10년에서 20년까지 장기거래 손님들이 많아 장기 고객을 유치하는 ‘앵커상품(주력상품)’이다”라며 “수수료 인하로 고객 수익률을 향상시키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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