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중견사 가릴 것 없이 ‘레저·호텔’ 사업 활발
‘물류산업’도 주목, 온라인 상거래 확대로 급성장

/ 그래픽= 조현경 디자이너

건설사들이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대형·중견사 가릴 것 없이 주력 사업인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레저·숙박·물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신사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산, 정몽규 회장 지휘 아래 레저사업 검토···‘호반·대림·부영’도 신사업 박차

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 평가 10위(2018년 기준)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수장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지휘 아래 레저사업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달 22일에 공시를 통해 한솔오크밸리 운영사인 한솔개발에 관한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이 한솔오크밸리 현장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오크밸리는 원주에서 골프장과 리조트·스키장 등을 운영하는 중견급 레저업체다. 현대산업개발은 한솔오크밸리의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와의 협의를 통해 지분 49%를 약 500억원에 선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한솔오크밸리에 대해 기존 레저 시설뿐만 아니라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땅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리조트 인근에는 축구장 11개 규모인 3000만㎡의 유휴부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은 한솔오크밸리 인수가 확정되면 기존 호텔사업과 함께 신사업 성장 동력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계열사인 호텔HDC를 통해 파크 하얏트 서울, 파크 하얏트 부산 등 4곳의 호텔과 콘도를 운영 중이다. 호텔HDC는 올 하반기 서울 강남구 신사동(구 KT 신사지사 부지)에 호텔 ‘안다즈 강남 서울’도 개장할 예정이다.

일각에는 현대산업개발이 새로운 사업 영역인 레저산업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기존 주택사업 실적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8809억원, 영억이익 10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8.35%, 18.15%가 줄어든 금액이다. 특히 자체 주택사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1.72% 줄어든 1830억원에 그쳤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호반건설도 레저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1월과 2월에 덕평CC와 서서울CC 두 골프장을 잇따라 인수했다. 앞서 2017년에는 제주 중문 퍼시픽랜드, 2018년에는 자산 6000억원 규모의 충북 제천 소재 리솜리조트를 사들인 바 있다. 호반건설은 기존에 운영 중인 스카이밸리CC, 하와이 와이켈레CC 등을 포함하면 국내 7곳, 해외 1곳에서 리조트와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건설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종합레저그룹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게 사측의 계획이다.

호반건설이 레저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기업공개(IPO)를 위해서다. 기존에 주택사업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사업 다각화로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부분에서만 1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렸다.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창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부영도 레저사업을 신사업으로 밀고 있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호텔과 콘도미니엄, 유스호스텔 등이 있는 복합 종합관광단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영주택의 자회사인 무주덕유산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대림산업도 호텔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14년 12월 여의도사옥을 허물고 지은 ‘여의도 글래드(GLAD) 호텔’을 시작으로 서울 마포, 제주 등 전국에서 호텔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올 초에는 호텔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오라관광’의 사명을 ‘글래드 호텔앤리조트’로 변경하고 사업 확대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호텔 등 레저사업을 통해 14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류산업,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라···온라인 시장 확대로 시장 급성장

레저산업 외에 물류산업도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물류센터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건설사들은 물류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물류업계에서는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확대로 세계 물류시장 규모가 내년을 기준으로 8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물류시장 규모는 연간 약 200조원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최대 유통회사인 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건설은 지난 4월 물류센터 시공에서 내부 운영 시스템 구축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적의 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해 ‘스마트 물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트 물류 사업이란 IoT(사물인터넷)와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신기술과 지능화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신세계건설은 그룹 유통 계열사 일감은 물론 외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광운대 역세권, 창동 민자역사 등 역세권 개발 사업과 물류센터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분양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개발 운영사업을 확대해 주택경기 침체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미건설 역시 최근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이 경기 이천(연면적 4만9500㎡)에 첨단물류센터를 짓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시공까지 맡게 됐다. 국내 종합디벨로퍼 가운데 수도권 물류센터 개발사업에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는 것은 우미건설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수주 시장 위축이 가속화되고, 해외 수주 시장이 불안정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산업에 문을 두드리는 건설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은 정부의 규제 여파로 수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고, 해외시장은 미·중 무역 갈등 등에서 비롯된 세계 정세 불안 탓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고 하는 건설사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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