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조세연 주최 '주세 과세체계 개편 공청회' 진행···조세 중립성 확보 목적
맥주·막걸리는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검토···소주 과세 개편은 유예될 듯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주류과세 체계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유찬 조세연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주류과세 체계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유찬 조세연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50년 동안 이어져 왔던 맥주의 주세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그간 과세표준이 달라 수입 맥주보다 비교적 컸던 국산 맥주의 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산 맥주의 소비자 판매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맥주가 '4캔에 1만원'을 무기로 한 수입 맥주와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종량세로 전환되면 국산 맥주 세 부담 1.63% 줄어들 것 

우선 종가세와 종량세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종가세는 술의 가격에 따라, 종량세는 알코올과 양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다. 현재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모두 이 종가세의 적용을 받지만 그동안 '과세표준'이 달라 과세 불균형 문제가 제기돼 왔다. 현행 종가세 체제에서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이윤을 더한 값에 72%의 세율을 매긴 금액을 세금으로 냈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만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했다. 판매자 입장에서 수입 신고가를 낮추면 적은 세금을 낼 수 있어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맥주를 팔 수 있었다. 술의 가격이 아닌 술의 용량이나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주류 과세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우리나라 주세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주세 개편에서 가장 중심에 있던 맥주는 종량세로 전환해 현행 주세 부담 수준인 리터(ℓ)당 840.62원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종가세 체제에서 출고량 기준 리터당 주세 납부세액은 국산 맥주가 856원, 수입 맥주가 754.52원이다. 개편안에 따라 주세 납부세액이 리터당 840원으로 변경되면, 국산 맥주는 세 부담이 평균 16원 이상 줄어들게 되고, 수입 맥주는 평균 76원 가량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조세연에 따르면, 맥주에 붙는 세금이  종량세로 전환되면 국산 맥주 주세 납부세액은 1.80% 감소하고, 세 부담(제세금)은 1.63% 줄어들게 된다. 

반면 수입 맥주의 경우에는 가격대별로 세 부담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량세로 전환됨에 따라 그간 비싸게 판매됐던 수입 맥주의 세 부담은 줄어들고, 저가로 판매됐던 수입 맥주의 세 부담은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저가로 수입한 맥주라도 용량과 도수가 일반 국산 맥주와 같다면 같은 세금을 내야 하는 '종량세'의 성격 때문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가격경쟁력 면에서 수입 맥주에 밀리는 국산 맥주의 상황에 대해 "국내 맥주 생산 기반이 취약해지고 고용 감소 등의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면서 "이게 단순히 상품경쟁력이나 소비자 취향 변화에 따른 것이라면 수용해야 겠지만, 과세표준이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라면 이 같은 체계는 바뀔 필요가 있다"고 주세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종량세로 전환되면 주류업체 출고가 조정 예상

종량세로의 전환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종량세 전환으로 세 부담이 줄어든 업체들이 출고가를 조정해 맥주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편의점 기준 수입 맥주 1캔당 가격은 3000원(4캔을 묶어서 살 경우에는 캔당 2500원), 국산 맥주는 2500~2800원 수준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종량세 전환으로 주류업체의 출고가 조정이 있을 것이다. 다만 최종 소비자가격은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채널이 결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무조건 떨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정부의 의지가 있는만큼 가격 조절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막걸리(탁주)의 경우에도 종량세 전환이 고려되고 있다. 현행 주세 납부세액 수준인 리터당 40.44원으로 종량세를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막걸리는 다른 주종에 비해 교육세를 부과하지 않고, 주세 및 제세금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 현행 세 부담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데 부담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주류과세 체계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한 이종수 무학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주류과세 체계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한 이종수 무학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다만 알코올 함량이 비교적 높은 소주는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세 부담이 늘어 가격이 인상될 부담이 있다. 이에 당장 종량세로의 전환을 결정하기보다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소주업계에서도 종량세로의 전환을 우려했다.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이종수 무학 사장은 "종량세로 바꾸는 것에 대해 소주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에 대한 사전 연구라든지 그런 부분이 선행되지 않았다"면서 "소주의 과세체계가 종가세가 아닌 종량세로 바뀔 경우 나타날 소비자 편익도 검증된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소주 과세체계가 바뀌게 되면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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