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담보대출 1년에 10%씩 증가
떼일 걱정 없는 약관대출, DSR 규제 피해 지속 증가 예상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본사. / 사진=연합뉴스, 각 사

은행 등 제1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의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주댁담보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풍선 효과를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 대출도 규제하기로 했지만 약관대출이 규제에서 빠지면서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계속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빅3 생보사의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34조9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조2000억원(10.1%) 늘어났다. 2018년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했다. 올해 들어 증가세가 더 커졌다.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6% 증가한 것과 비교해 보험사의 증가세가 높았다. 

보험사별로 교보생명의 부동산담보대출 규모가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교보생명의 1분기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20조8000억원으로 7.4% 늘어났고, 한화생명은 7조8000억원으로 4.6% 확대됐다.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높은 상황에서도 대출 잔액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업계에선 은행 등 1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경기 불황이 겹쳐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보험사 대출로 몰린 것으로 판단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5월 현재 빅3 생보사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분활상환방식)는 3.48%다. 이에 비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을 기준해 연 2.98%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하락하며 2016년 10월(2.8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한 고객이 보험사로 몰리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에서 대출받는 것이 은행보다 더 빠르고 쉽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생보사들도 대출금리를 낮추면서 대출 모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1월 3.67%에 달하던 빅3 생보사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5월 들어 0.19%포인트 하락했다. 4월과 비교해도 0.11%포인트 내리면서 하락폭이 은행권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빅3 생보사의 약관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약관대출은 계약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계약의 예상 해지환급금의 50~95%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출이다. 대출심사 없이 24시간 전화로도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 업계에선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가 주로 찾는 상품으로 판단해 ‘불황형 대출’로 통한다. 

빅3 생보사의 올 1분기 약관대출 총액은 29조3279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약관대출은 15조6000억원으로 2.7% 늘어났고, 이어 한화생명이 7조2000억원으로 4.8%, 교보생명이 6조4000억원으로 4.1% 증가했다. 

업계에선 약관대출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 약관대출이 금융당국의 DSR 규제에 빠져 있는 데다,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제2금융권에 대한 DSR 규제에서도 보험업권의 약관대출은 제외됐다. 

약관대출이 DSR 규제에서 제외된 이유는 확실한 담보가치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객의 보험금을 담보로 잡기 때문에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고 보험자가 보험 약관에 따라 대출을 원하면 특별한 심사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이 미리 받아 쓰는 보험금이라는 개념이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면 받을 수 있다”며 “다면 최근엔 보험을 아예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약관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분위기다. 대출금리도 높아 규제가 없더라도 크게 증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3 생보사의 약관대출 평균 금리(금리확정형)는 8.3%다. 금리연동형 약관대출 금리(4.6%)로 봐도 국내 19개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4.73%)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대출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막을 수 없고 대출을 늘리려고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1금융권의 대출 규제로 인해 보험업권의 대출이 늘어나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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