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비해 높은 임대료에 대형 프랜차이즈도 ‘백기’
지난해 4분기 공실률 9.1%···명동·신촌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 초입의 한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 사진=길해성 기자   

종로는 조선시대부터 서울의 최대 번화가였다. ‘아침에 사람이 구름처럼 모였다가 저녁이면 일제히 흩어졌다’고 해서 운종가로 불리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권으로 꼽힌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종로 상권은 피맛골과 그 건너편에 위치한 종로2가 상권이다. 국밥집과 주점이 즐비하던 피맛골은 청진동 재개발로 인해 사라졌고, ‘젊음의 거리’가 위치한 종로2가 상권만이 과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종로2가 상권은 종각에서 종로2가 사거리 대로변과 청계천변까지를 일컫는데, 일제강점기부터 명동과 함께 성장해 온 서울의 중심가다. 

하지만 종로 상권은 최근 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0년 이후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침체가 지속되고, 익선동·경리단길·망리단길 등 신흥 골목상권에 수요층을 뺏기며 활력을 잃었다. 아울러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매출에 비해 높게 설정된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종로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기존 먹거리 중심에서 탈피해 새로운 상권 트렌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8일 찾은 지하철 1호선 종각역 4번 출구 앞 대로변에는 여기저기 ‘임대문의’를 붙인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보신각에서 종로2가 사거리까지 약 360m 남짓한 거리에는 빈 점포만 9개가 넘었다. 해당 점포 모두 종로 대로변 A급 라인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종로 상권의 현 상황을 짐작케 했다.

종로에서도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젊음의 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초입에 위치한 1~2층짜리 건물은 3년 전 청바지 브랜드 ‘뱅뱅’이 떠난 이후 아직까지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골목 내에서도 빈 점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젊음의 거리 내 한 부동산 관계자는 “4번 출구 앞 연면적 60평대, 3층짜리 건물의 월 임대료가 8000만원에 달한다”며 “이는 명동 상권 최상의 입지와 비슷한 임대료 수준이라 세입자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고수하면서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들과 카페들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한 지 오래다”라고 설명했다.

종로는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다른 주요 상권에 비해 공실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서 조사한 소규모 상가의 지역별 공실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종로의 공실률은 전분기(4.2%) 대비 2배 이상 오른 9.1%를 기록했다. 서울 평균 공실률인 2.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압구정(6.8%), 신촌(4.6%), 명동(0%) 등과 비교해도 높았다.

높은 임대료 외에 신흥 골목상권의 등장도 종로 상권 쇠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최근 종로 같은 대형 상권이 침체되어가는 핵심 이유로는 종로 익선동을 포함해 경리단길, 망리단길 등 동네 골목상권의 발달 때문”이라며 “굳이 먼 거리의 구도심 상권보다 주거지나 생활지역 내에서 소비를 하려는 고객층이 늘어나면서 대형 상권을 향한 발걸음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젊음의 거리’ 일대에서 가장 많은 업종을 차지하는 음식업은 지난해 말 1억1714만원에서 올 2월 8197만원으로 3500만원 가까이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종로3가 익선동에 유동인구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임차인들의 설명이다. 상권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임차인들의 임대료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젊음의 거리 내에 위치한 A급 점포의 경우 권리금은 2억~3억원, 보증금은 1억5000만~2억원, 월 임대료는 1200만~1500만원에 형성돼 있다.

권 이사는 “젊음의 거리뿐만 아니라 건너편 청계천이 보이는 상가의 경우에도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 카페 등이 철수하며 빈 상가들이 눈에 띈다”며 “종로 상권이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기존의 먹거리 중심에서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할 트렌드가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 환경도 노후화가 심해 도시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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