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단가 인상 등 사유 제시···소비자 “10% 넘는 인상률을 달랑 통보만” 지적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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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진행돼 온 제약사들의 일반의약품 공급가 인상이 종근당 등 일부 제약사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해당 제약사들은 단가 인상 등의 사유를 제시하지만, 소비자들은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제약사들은 올 연초부터 일반약 품목 20여개의 약국 공급가를 인상해왔다. 그동안 일반약 공급가 인상을 자제해왔던 제약사들이 제조단가 등을 인상 사유로 내놓으며 진행해 온 것이다. 최근에도 일부 제약사들이 자사 일반약의 공급가 인상을 확정했거나 검토하고 있어 결국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우선 종근당은 해열·진통·소염제 펜잘큐정의 약국 공급가를 오는 6월 1일 출하분부터 인상키로 확정했다. 인상 폭은 10%이며, 사유는 제조단가 인상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현재 가격은 지난 2015년 3월 인상한 것”이라며 “구체적 공급가를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강서구 소재 약국의 한 약사는 “종근당이 이달 초부터 펜잘큐 공급가를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하순에 와서야 확정이 됐다고 한다”며 “어차피 확정될 내용을 그동안 부인한 셈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동성제약은 오는 6월 중에 정로환당의정 리뉴얼 제품을 선보이며 약국 공급가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레오소트인 정로환당의정 주성분을 일부 교체하고 현재 48T인 포장단위도 36T로 변경할 것이라는 게 동성제약 방침이다.

단, 현재 2500원(부가가치세 별도)인 공급가 변경은 논의 중이어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공급가가 인상된다면 주성분 변화가 주요 사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로환은 지난 1972년 출시됐었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맞춰 좀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령제약과 동국제약은 각각 겔포스M과 인사돌의 공급가 인상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확인해 본 결과 보령제약과 보령컨슈머에서 겔포스M 공급가를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이나 공식 발표를 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도 “명인제약 이가탄F의 공급가 인상과 혼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부 제약사는 일반약 공급가 인상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다른 제약사들은 소문으로 돌던 내용을 확인하는 등 일반약 인상이 업계의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물론 지역 약사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등 일부 제약사들의 공급가 인상이 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A씨는 “회사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 대외적으로 부인하다 뒤늦게 확인해 준 제약사도 이해가 안 되지만 10% 넘는 인상률을 달랑 통보만 하는 다른 제약사들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 B씨는 “최근 악화되는 경기와 제조단가,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제약사들의 고충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며 “하지만 수천억원 재산을 갖고 있는 제약사 오너가 고통을 분담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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