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압박에 관계당국은 고심중···“기술적 한계 인정하고 머리 맞대 해결책 모색해야”

제철소 작업자들이 근무 중인 모습 /사진=현대제철
제철소 작업자들이 근무 중인 모습. / 사진=현대제철

철강업계의 화두로 ‘브리더’가 떠올랐다. 환경단체들은 브리더를 두고 ‘무단으로 대기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장치’라고 지적하며 관계당국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철강업계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유일한 안전장치’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브리더는 탱크 등에 공기가 드나들도록 하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내부 압력이 높을 경우 밸브를 열어 탱크 내부의 공기를 외부로 빼, 탱크 내 압력을 낮추는데 사용된다. 이번에 논란이 된 브리더는 제철소 고로의 브리더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국내 주요 제철소들이 이 브리더를 통해 별도의 저감 장치를 거치지 않고 없이 유해물질을 유출시킨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도 해당 브리더를 통해 배출될 경우 유해물질이 외부로 유출된다는 것에 대해선 인정했다. 다만, 브리더가 안정장치임을 강조하며 오염물질을 몰래 배출하기 위한 통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로 내부의 압력을 조절하는 설비는 브리더가 유일한데,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이유로 이를 개방하지 않게 되면 결국 고로는 폭발하고 말 것”이라며 “환경에 유해하다는 점에서는 유감이나 브리더 외 별다른 기술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환경을 지키자고 대규모 인명피해를 방조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관련법인 대기환경보전법 31조에 따르면 제철소는 고로폭발 및 화재 등 사고위험이 있을 때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브리더 개방이 가능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꾸준히 당국에 보고 후 브리더를 개방한다”며 “24시간 가동이 계속되는 탓에 내부 압력이 때때로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브리더 개방 역시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라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브리더 외 고로의 압력을 낮출 방법은 없느냐’는 시사저널e의 질문에 “현재로선 없다”고 단언했다. 비단 국내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각국마다 차이가 있지만 유럽·미국·일본 등에서는 대게 브리더를 안전장치로 인식하고, 일부 국가들의 경우 우리처럼 관계당국에 보고하는 체계를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제철소들은 현재 행정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해있다. 주요 대형 제철소들이 소재한 경북·전남·충남도 등이 브리더를 통한 배출이 위법인지 여부를 판가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일정기간 가동정지 조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24시간 끓어야 하는 고로가 멈출 경우, 고로 재가동까지 최소 수개월여의 시간이 걸리게 돼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갑작스레 해당 이슈가 불거지게 된 까닭으로 미세먼지를 꼽는다. 최근 수년 새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환경단체들이 브리더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환경도 물론 중요하지만, 안전이 더욱 중시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안전이 먼저인지, 가치가 우선인지 다투기보다 기술력 한계에 따른 부작용으로 여기고 업계와 환경단체, 그리고 관계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면서 “철강업계도 환경개선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만큼, 환경개선의 의지가 있다는 점만 알아줬으면 한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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