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리츠, 오프라인 매장 업황 악화 우려 속에 흥행 성적 좋지 않아
이리츠코크렙은 청약 미달, 홈플러스리츠는 수요 부족 따라 상장 철회
롯데리츠, 대규모 리츠 흥행 이끌 알짜 자산 내세울지 주목

롯데그룹이 리테일 자산을 활용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노력이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리테일 리츠 시장의 활성화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리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리테일 리츠가 업황 부진 우려 탓에 번번이 흥행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우선적으로 공개된 자산이 다른 리테일 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점을 들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리츠 규모가 너무 커질 경우 수요자의 심리적 부담 탓에 홈플러스리츠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롯데리츠)는 국토교통부 영업인가 승인을 앞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리츠 사업의 본격화를 알린 바 있다. 국토교통부 영업인가 승인이 떨어지면 롯데리츠의 상장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이 리츠 시장의 문을 반쯤 열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그것이 흥행할지 여부에 모이고 있다. 그동안 리츠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유독 리테일 리츠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홈플러스리츠는 수요 예측 부진에 따라 지난 3월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홈플러스리츠는 홈플러스 51개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연 7% 수익률을 내걸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특히 1조원대 규모의 리츠 출시에 따라 리츠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해외에서 흥행이 부진하면서 이러한 기대를 접게 됐다.

지난해 6월 시장에 나온 이리츠코크렙도 상장 당시에는 상황이 비슷했다. 이리츠코크렙은 이랜드리테일의 뉴코아아울렛 매출 상위 매장 3곳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로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0.45대 1를 기록해 미달 사태가 빚었다. 공모가가 희망범위(4800~5200원)의 중간값인 5000원으로 결정됐지만 이마저도 상장 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418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에서야 리츠 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오피스 리츠가 흥행에 성공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는 상장 당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4.32 대 1을 기록하면서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올해 초 시가총액 4분의 1에 해당하는 유상증자에서도 청약률 109.11%를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신한알파리츠는 판교 알파돔시티 등 오피스빌딩을 위주로 편입해 여기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투자자들에게 분배한다. 

리테일 리츠가 이처럼 부진했던 핵심 배경에는 온라인 유통시장 확대에 따른 대형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업황 악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대형마트 3사(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1.1%포인트 하락했는데, 식품·비식품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온라인 채널 침투와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업태 경쟁력 약화로 인해 구매 건수 감소 추세를 반전시킬 만한 성장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기초 자산으로서 안정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롯데리츠의 경우엔 기대 요인도 존재한다. 오프라인 리테일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우선 편입된 기초자산의 안정성이 앞선 리테일 리츠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롯데쇼핑이 현물 출자하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서울 강남구 한복판인 도곡로에 위치해 노른자 입지로 평가받는다. 매출 안정성이나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그동안 국내에 주로 설립됐던 ‘기간한정형 사모리츠’가 아닌 ‘영속형 공모상장리츠’인 점도 주목된다. 

반대로 우려 요인도 여전히 남아 있다.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외에도 광주점·구리점·창원점과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청주점, 롯데마트 김해점·의왕점 등 부동산 자산을 취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리츠 규모가 조(兆) 단위가 될 경우 시장의 심리적 한계 탓에 홈플러스리츠처럼 투자자를 모으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리츠 상장 실패 이후 아직 한국 시장에는 대규모 리츠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는 상태다. 롯데리츠가 알짜 자산으로 기대감을 높이지 않는다면 대규모 리츠 흥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만일 롯데리츠가 이 같은 난관을 뚫고 흥행에 성공한다면 향후 리테일 리츠 시장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인 신세계도 보유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현재 리츠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쇼핑 이사회가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롯데리츠에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롯데리츠가 리테일리츠로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시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강남점. / 사진=연합뉴스.
롯데쇼핑 이사회가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롯데리츠에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롯데리츠가 리테일리츠로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강남점.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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