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증권사 올해 1분기 실적 양호···금융시장 훈풍에 운용 관련 수익 늘어
2분기 들어선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증시 환경 급격히 나빠져
금융시장 불안 계속되면 증권사 간 2분기 실적 희비 갈릴 수도

국내 증권사 대다수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2분기에는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1분기 호실적에는 국내외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호조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 2분기에 들어서는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다수 증권사가 좋았던 1분기와는 달리 2분기에는 사업 비중과 경쟁력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시장 호조에 1분기 호실적 낸 증권사들

자료=각사.
자료=각사.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으로 각각 2026억원, 15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7.41%, 81.48% 증가한 것이다. 순이익만 놓고 봤을 때 시장 예상치인 915억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키움증권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배경에는 자기자본투자(PI) 부분 등 운용이익의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지난 9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주식 관련 자산의 가치 상승 등으로 약 1162억원의 평가·처분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서 PI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은 763억원이었고, 나머지는 우리은행 배당(180억원)과 연결대상 투자조합(219억원)에서 발생했다.

국내외 증시가 올해 1분기 호조를 보인 점이 운용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올해 2050.55로 출발해 1분기 말 2140.67로 4.3% 상승했다. 지난 2월 25일에는 장중 2241.76까지 오르기도 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6.9% 올랐다. 해외에선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2.4%, 나스닥 지수는 18.7% 올랐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분기에만 무려 23.7% 상승했다. 

다른 증권사 역시 증시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1분기 호실적을 내놨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의 안정적 실적에 더해 트레이딩에서 호실적을 기록하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7% 증가한 141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은 204억원의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PI 부문 실적 증가 영향이 컸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KB증권도 금융시장 훈풍의 덕을 봤다. NH투자증권은 IB 부문 호조에 주가연계증권(ELS) 등 운용수익이 증가하면서 지난해보다 33.7% 높은 1716억원의 1분기 순익을 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인수자문 수수료 등 IB 부문 호조와 S&T(Sales & Trading·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이 늘어났다. 이에 이에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93% 증가한 623억원을 기록했다. KB증권도 S&T 부문의 운용손익이 안정화되면서 올해 1분기 순이익으로 873억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좋은 실적을 보였다. 

◇ 2분기 실적 밝지만 금융시장 악화하면 실적 차별화 심해질 듯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2분기에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IB 부문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1분기에는 좋지 않았던 브로커리지 환경도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6000억원으로 3월 대비 4.9% 증가했다.   

하지만 불안 요인도 존재한다. 1분기 운용 성적에 밑거름이 됐던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코스피의 경우 2분기 초입인 지난달 중순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심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17일 장중 2252.05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이달 9일 3.04% 하락하는 등 2102.01까지 내려간 상태다. 같은 기간 1137.7원이던 원·달러 환율도 1179.8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높은 실적을 기록했던 증권사들의 운용 부문이 2분기에는 저조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미 지난해 4분기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친 경험을 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보인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 218억원 적자를 냈는데, 여기에는 PI 부문에서 540억원대 손실이 난 영향이 컸었다.

이에 2분기에는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증권사마다 실적에서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이런 양상이 2분기 내내 지속된다면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시장 상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브로커리지나, S&T 부문의 실적 비중이 높은 증권사, 타사 대비 운용 경쟁력이 낮은 증권사는 2분기에 다소 불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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